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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삼세번은 없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4-08-29

<군도: 민란의 시대> 조원진 스틸작가

영화 <허삼관 매혈기>(촬영 중)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4 <우는 남자> 2013 <용의자> 2013 <집으로 가는 길> 2013 <열한시> 2013 <더 테러 라이브> 2013 <사랑의 가위바위보> 2012 <런닝맨>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2012 <반창꼬> 2012 <용의자X> 2012 <회사원> 2010 <황해> 2010 <의형제> 2009 <김씨표류기> 2007 <숨> 2006 <시간> 2004 <까불지마>

찰칵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단 두번뿐. “액션” 사인이 떨어지기 직전과 “컷” 사인이 난 직후. 수초 남짓한 이 시간을 놓치면 스틸작가에게 다시란 없다. 하물며 리허설 없이 곧바로 슛 들어가기로 유명한 윤종빈 감독의 현장은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대략 난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2011) 때 조원진 작가가 최민식, 하정우 등 배우들에게 “1초만 더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래서다. “컷” 사인이 떨어지더라도 배우가 1초만 더 연기를 해주면 스틸작가로서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설명을 이해해준 배우들 덕분에 최민식, 하정우, 김성균 등 영화 속 조직폭력배들이 단체로 걸어오는 포스터 사진을 비롯해 생생한 사진들을 건져올릴 수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스틸이다.” <범죄와의 전쟁>과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함께했던 영화 홍보사 엔드크레딧 박혜경 실장의 말대로 조원진 작가가 찍은 스틸은 캡션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대나무 숲에서 두눈 부릅 뜬 채로 쌍칼을 휙휙 돌리는 도치(하정우) 스틸은 그가 어떤 무기를 쓰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모조리 나가떨어진 관군을 뒤로하고, 웃통을 풀어헤친 채로 “으흐흐” 웃고 있는 천보(마동석) 스틸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가 괴력의 사나이임을 알려준다. “비결? 좋은 스틸과 그렇지 않은 스틸은 요만큼의 앵글 차이로 갈린다. 카메라 옆자리가 가장 좋은데 촬영부 네댓명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배우 시선 처리에 방해되기도해서 불편한 자세를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그는 매 테이크 두번의 촬영 기회도 마다하고 배우들을 배려하기 위해 첫 번째 테이크에 전력투구하는, 철두철미한 원칙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개봉할 때 배우들이 스틸을 보면서 언제 다 찍은 거냐고 물어볼 정도”라는 게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시간>을 시작으로 <황해> <범죄와의 전쟁> <군도>, 현재 촬영 중인 <허삼관 매혈기>까지 쭉 함께하고 있는 하정우가 그를 고집한다고. “(하)정우씨에게 나와 계속 작업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본 적 있다. 그가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었는데, <황해> 때 총 177회차를 함께하면서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조원진 스틸작가는 대학에서 사진 대신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친구 따라 들어간 사진 동아리가 그의 진로를 바꾸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사회생활을 경험했던 잡지 <주니어> 사진기자도 동아리 선배의 소개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지금 스튜디오 박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송경섭 스틸작가의 제안으로 <까불지마>(2004) 영화 스틸을 처음 찍은 뒤 지금까지 20편 가까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최민식, 하정우 등 당대 최고 배우의 연기를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내 사진을 선택해 포스터나 보도자료에 쓰는 것이 스틸작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선글라스

현장에서 조원진 작가는 사시사철 선글라스를 쓴다. 특히 여름에는 항상 착용한다. 눈이 나빠 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시력에 맞는 도수도 당연히 들어간 선글라스다. 그러니 현장에서 선글라스를 쓴 그를 보고 건방지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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