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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액션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 <용의자>

지동철(공유)은 지옥 훈련을 통과한 북한군 최정예 요원이었지만 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아내와 딸은 처형당한다. 이후 남한으로 귀순한 그는 대리운전을 하며 아내와 딸을 죽인 리광조(김성균)를 찾고 있다. 그러던 중 지동철은 자신을 아끼는 박 회장(송재호)의 죽음을 목격하고, 박 회장은 죽기 전 그에게 안경을 건넨다. 국정원 실장 김석호(조성하)는 그 안경을 찾기 위해 방첩 분야의 전문가인 대령 민세훈(박희순)을 불러 지동철을 쫓게 한다. 한편 프로덕션 PD인 최경희(유다인)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지동철에게 접근하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용의자>에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북한군의 주체격술이다. 청량리역에서의 격투 장면이나 좁은 집 안에서 싸움 등 몸으로만 벌이는 격투 장면은 총칼 필요 없이 인간의 몸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줄 하나 없이 암벽을 오르는 장면이나 창공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아찔함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액션의 대미는 바로 카체이싱이다. 공들여 찍은 카체이싱은 확실히 다른 자동차 추격 장면들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두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달려오는데 한쪽이 핸들을 꺾지 않는다. 그냥 받아버리고 한대는 공중에 떠서 회전한다.

<세븐 데이즈>에서 납치당한 딸을 찾는 어머니의 간절하고 치열한 사투를 보여줬던 원신연 감독은 <용의자>에서는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만이 삶의 전부인 아버지의 간절하면서도 고독한 사투를 보여준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에서 원신연 감독이 택한 건 액션이다.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긴 하지만 영화는 기가 막힌 두뇌싸움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음모를 파헤쳐가는 과정에서의 극적 재미에 치중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과정은 빠르게 정리하고 액션에 치중한다. 북한의 최정예 특수요원이란 설정을 가지고 오지만 그 역시 큰 정치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 흔한 멜로 코드 하나 없다. 오로지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아버지 지동철의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영화는 액션을 강조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원신연 감독은 “액션도 드라마다”라고 얘기한다. 서사와 마찬가지로 모든 액션에도 시작과 절정과 끝이 있다는 말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의 액션을 따라가다 보면 몸과 액션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실험영화들이 이미지들의 지속적인 반복만으로도 전율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듯이 <용의자>도 연속적인 액션을 통해 그 전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과 가능성을 확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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