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는 러시아의 젊은 감독 안드레이 보가티레프(오른쪽)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수를 배반한 것으로 악명 높은 그 유다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유다>에서 유다는 악인이 아니라 세상을 고민하는 자기만의 철학을 지닌 한 인간이다. 감독은 말한다.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를 다닐 때였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작품을 읽고 너무 감동받아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내 생각에 유다라는 인물 자체가 동시대적이라고 느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복잡한 면모를 갖게 되는 지금 시대의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통해서 우리들의 동시대적 삶의 본질을 말하고 싶었다.”
원래 보가티레프는 다큐를 전공했고 여러 편을 찍었다. <유다>에 마리아 역으로 출연한 여배우 올가 스타시케비치가 말한다. “보가티레프는 배우들의 개인적인 면모를 잘 끄집어낸다. 현장에서는 실생활에 가까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배우들을 배려한다.” 다큐로 단련된 감독으로서 그의 장점을 말하는 것이리라. 영화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내내 신중하던 보가티레프가 음악 관련 내용으로 넘어가니 아이처럼 자주 웃으며 쾌활하다. “나는 나의 동세대를 고민한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러시아에서 락 음악을 한다는 건 그가 시인이라는 뜻이다.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보가티레프가 바로 록밴드의 리드 싱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영화와 음악 중 어떤 걸 자기의 미래로 생각할까. “나는 축구광이기도 하고 배우를 하고 싶기도 하다. 뭘 하든 자유롭기만 하면 되지 않겠나?” 멋진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