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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 박사와의 해후 불투명
2001-03-13

미국 등에서 잔혹한 장면으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한니발>이 개봉 전부터 충무로에도 돌개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 3월24일 개봉예정이던 이 작품이 지난 13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소위원회에서 수입추천불가 판정을 받으며 개봉 시기가 불투명해진 것. 이날 회의에서 7명 위원 전원은 사람의 두뇌를 잘라내 요리해 먹는 장면과 복부를 절개해 창자가 흘러나오는 장면 등을 문제삼아 이 영화에 대해 추천불가 판정을 내렸다. 만약 오는 27일 열리는 재심에서도 불가 판정이 내려질 경우 이 영화는 6개월 뒤에나 다시 수입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충무로에선 재심 때 배급사인 UIP코리아가 화면처리 등의 조치를 약속해 결국 수입추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개봉일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돌고 있는 상황.

<한니발>의 수입추천불가 소식에 가장 민감한 쪽은 극장들이다. 미국에서 워낙 대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당분간 이에 버금가는 대작이 없어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극장들은 이 작품의 개봉 시기가 미궁에 빠진 탓에 3월 중순 이후의 상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극장은 <한니발>을 ‘유치’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 흥행성적이 다소 부진한 UIP 배급작 <빌리 엘리어트>를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지 못해 냉가슴만 앓고 있는 처지다. 다른 배급사들 역시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으로는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만약 <한니발>이 계획대로 상영되지 않는다면 <캐스트 어웨이>가 오스카 수상식 때까지 상영될 수 있긴 하겠지만, <한니발>을 보러 극장가에 나온 관객이 매진사태 등으로 다른 영화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오버플로 효과’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무튼 가장 답답한 쪽은 10년 만에 돌아온 렉터 박사의 안부가 궁금한 관객일 것이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