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ke care of youself >, 소피 칼, 2007년.
기간: 4월20일까지 장소: 313 아트프로젝트 문의: www.313artproject.com
소피 칼(Sophie Calle)의 작업은 아주 작은 단서에서 시작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나 누군가에게 받은 쪽지, 호텔 방에서 주운 물건, 어제 오후의 기분 따위가 그가 작업하는 이유다. 미술 작가이기 이전에 우연과 소문을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피 칼의 작업을 보는 것은 ‘다른’ 이야기를 만나는 일이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하루에 작가는 스스로 탐정, 여행가, 시인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어도 상관없는 제3의 존재를 동행하게 한다. 소설가 폴 오스터와의 협업이나 탐정을 고용해 자신의 뒤를 추적하게 했던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대부터 활동한 작가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쓰여 있지만 오늘날 작가가 벌이는 이야기의 게임은 여전히 질문투성이다.
전시된 작품 <잘 지내기를 바라요>(Take Care of Yourself)는 작가가 2004년에 남자친구에게서 받았던 이별 편지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업이다. 남자친구가 보낸 이메일 마지막 문장, ‘잘 지내기를 바라요’의 의미를 생각하던 소피 칼은 이 문구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기로 결심한다. 헤어지자는 말인지 안부인지 작가는 감지했지만 문장은 입체적인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화선이 된다. 유엔 여성인권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동화작가, 기자, 댄서, 외교관, 범죄학자 등 107명의 여자들에게 작가는 ‘잘 지내기를 바라요’를 보냈고 그들은 책이나 춤, 노래로 작가의 제안에 반응했다. 소피 칼은 이들이 해석한 문장을 사진, 텍스트, 비디오 등으로 작업해 개별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고 또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모음집’이 되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작업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Where and When)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프로젝트로, 소피 칼이 예언자를 찾아가 ‘나의 미래를 보려면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질문하고 행동하는 작업이다. 예언자의 점지에 따라 작가는 프랑스 북부 해변 마을 베르크(Berck) 등을 찾았고 그곳에서 보낸 자신의 생활을 기록했다. 소피 칼에게 작업을 하기 싫은 날은 없을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열어젖혀 보여주는 일이 싫증나는 순간이 분명 있을 텐데. 국내 번역된 소피 칼의 책 제목은 <진실된 이야기>(2007, 마음산책 펴냄)지만 사실 소피 칼은 진실된 이야기에 지쳐서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