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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돈과 자신 뿐 <킬링 소프틀리>
송경원 2013-04-03

어느 날 범죄조직이 관리하던 도박판이 정체불명의 도둑들에게 털린다. 세탁소 사장이 도박장의 불법적인 돈을 노리고 종업원과 그의 친구에게 강도짓을 주문한 것. 사장은 도박판의 돈을 빼돌리고 사기를 친 전적이 있는 중간 관리자 마키(레이 리오타)가 범인으로 의심받을 거라며 안심한다. 하지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 킬러를 고용하면서 분위기는 일변한다. 오직 돈과 자신밖에 믿지 않는 잔혹한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은 일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무심하고 깔끔하게 죽여나간다.

<킬링 소프틀리>는 1974년 출간된 조지 V. 히긴스의 소설 <코건의 거래>를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갱스터영화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에 이어 다시 한번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호흡을 맞춘 브래드 피트가 주연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다. 영화는 갱스터들의 세계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부드럽게 죽여준다’는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느리고 신중하게 진행된다.

데뷔작부터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은 앤드루 도미닉의 냉소적인 시선이 번뜩이는 가운데 영화는 굳이 오바마 시대의 미국 보스턴으로 무대를 옮겨와 자본주의의 허상과 거짓말을 뻔뻔하게 늘어놓는다. 난무하는 피와 총알 대신 방대한 잡담들을 쏟아내며 미국사회, 아니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을 까발리는 것이다. 오바마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연설을 간간이 삽입하여 조립한 몽타주, 특히 오프닝 시퀀스는 엔딩에서 잭키의 직설적인 대사로 이어지며 미국의 맨살을 드러낸다. 미국은 국가가 아닌 사업이며 믿을 건 돈뿐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건조하고 조용한 손길로 그려낸, 돈에 미쳐버린 미국의 오늘에 관한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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