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그리고 나> 오인환, dimensions variable, multi-channel video 00:09:37, 2009.
기간: 9월28일까지 장소: 아르코미술관 문의: www.arkoartcenter.or.kr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곁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은 붉은색 벽돌 건물이다. 건물 앞은 주말이면 연극을 보러 오는 사람들, 길거리 연주를 하는 이들, 비둘기에게 과자를 던져주는 이들로 명랑한 놀이터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지금 열리는 기획 전시의 제목도 <플레이 그라운드>(놀이터)다. 그런데 경쾌한 발걸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 놀이터가 어린이들이 한껏 뛰어노는 놀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벽에 붙은 그림들에서 스산한 골목 풍경과 냉소적인 분위기가 한껏 날을 세운다. 전시의 숨은 주제는 오늘날의 ‘불안’. 전시기획자와 작가들은 합심하여 각자가 품고 있는 불안과 사회의 혼돈을 작품으로, 또 글로 보여준다. 사실 기획 주제전으로서 불안이라는 주제는 너무 막연하다. 2012년 한국사회의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의구심은 전시에 참여한 아홉 작가들의 작업 속으로 들어가서 거인같이 거대한 불안의 얼굴을 파헤쳐볼 때에야 조금 갈증이 풀린다. 이를테면 노충현 작가의 그림 <복도>에 그려진 푸르뎅뎅하고 황량한 바닥과 천장을 볼 때, 김상돈 작가의 비디오 <4분간 숨을 참아라>에 담긴 동두천 무연고 공동묘지를 볼 때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다시 머리를 훅 치고 올라오고 만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풍경을 촬영한 정주하의 사진 연작 <불안> 시리즈와 공성훈의 예민해 보이는 풍경화들을 한 전시장에서 보게 된 것도 지금 2012년을 사로잡고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