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오늘날의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버트런드 러셀이 이미 50여년 전에 제시했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주목하는 이들이 없는 것 같다. 아주 간단하다. 회사에 다니는 인간들은 너무 오래 일해서 불행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다. 그렇다면 러셀이 말한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만약 사회가 현명하게 조직해서 아주 적정한 양만 생산하고 보통 근로자가 하루 4시간씩만 일하게 한다면 모두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실업이란 것도 없을 것이다” 했던 것처럼.
물론 순진한 생각하고 자빠졌네, 하고 딴죽을 걸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안다. 그 문제에 대해서도 미리 짚어보자. 첫째,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도 모두 만족스럽게 살 수 있겠냐는 거다. 예컨대 4시간만 일하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 거다. 그러고도 괜찮겠냐는 거다. 괜찮다.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서 안다. 너무 당연해서 입에 담기도 민망하지만,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식료품비를 줄이기 위해 텃밭에서 각종 야채를 키워 먹고, 외식을 거의 차단 수준으로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다 보니 지난 20여년 동안 애물단지처럼 달고 다니던 뱃살이 쏙 빠지고 얼굴색까지 환해졌다. 또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 촛불을 켜고, 수도료를 아끼기 위해 한 욕조에서 둘이 같이 목욕을 하니 삶이 더 우아하고 섹시해졌다. 게다가 있는 옷으로 어떻게 하면 멋지게 입을까 고민하다 보니 스타일마저 좋아졌다(톰 포드가 그랬다. 같은 옷도 더 멋있게 입을 궁리가 필요없는 부자들이 더 스타일이 없다고). 물론 줄일 수 없는 지출이라는 게 있다는 거 안다. 예를 들면 대출금이라든가 월세 혹은 대학등록금 같은 거. 그래서 정부가 필요한 거다. 강력한 의지로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줄 정부. 서민 편에서 전국의 은행과 집주인, 땅주인, 그리고 부동산업자들을 압박하고 통제해줄 위대한 정부 말이다.
두 번째는 여가와 권태의 문제다. 그러니까 하루에 4시간만 일하면 나머지 시간은 뭘 하며 보내야 할지 몰라서 괴로워하는 권태로운 인간들이 많아질 거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러셀은 “교육의 목표는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안목을 제공하는 항목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제라도 배우면 된다. 주로 텔레비전을 보고 술집에 가고 간혹 야구장이나 공연장을 찾아다니던 수동적 여가 말고 금속이나 나무를 다루고, 도자기를 굽고, 악기를 연주하고, 길거리 축구를 하고,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르고, 화초를 가꾸고, 집수리를 하는, 생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럼 세상은 개성적인 사람들이 더 많은 무척 재미난 곳이 될 텐데 하고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하게 바라게 된다. 예컨대 아침에는 악보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심 먹은 뒤엔 철학적인 저술 활동을 좀 하다가 오후 다섯쯤 되어 가재를 끌고 산책을 나갔던 루소처럼 말이다. 내가 그의 이웃이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루소가 말한다. “인사하게. 보다시피 가재일세. 식용은 아니고 내 절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