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비키(펠리시아스 볼)와 잉켄(다이아나 암프트), 리사(카롤리네 헤어퍼스)는 단짝 친구다. 고교생인 그녀들의 소원은 오르가슴을 느껴보는 것이지만, 그걸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파티에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을 맛보지는 못한다. 어느날 잉켄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전거 안장의 마찰 때문에 오르가슴을 느낀다. 잉켄은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들 역시 최초로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세 소녀는 기구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이 아니라 ‘진짜’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한다.■ Review 사춘기 시절 성에 대한 호기심은 시대도, 국경도 그리고 성별도 초월한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반이지만 일단은 무모하게 달려들어보는 사춘기 시절 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영화는 <그로잉 업> <포키스>, 최근의 <아메리칸 파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만들어져왔다. 독일영화 <걸스 온 탑>은 그 영화들의 ‘여성판’이다. <걸스 온 탑>은 <아메리칸 파이>와 비슷한 구성을 취하면서 10대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성적 모험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아메리칸 파이>에서의 파이는 <걸스 온 탑>에서 자전거로 바뀌고, <아메리칸 파이>에서 아들을 이해하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딸을 이해하는 어머니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대구를 이루는 정도다.
<걸스 온 탑>은 성적 호기심의 최고봉이라 할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세 소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따라간다. 비키는 섹스할 때 사려깊지 못한 남자친구 팀이 못마땅하고, 잉켄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남자와 섹스를 하려다 남자가 끼고 있던 링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빚는다. 남자 경험이 없는 순진한 소녀 리사는 밴드의 일원인 닉에게 호감을 갖지만, 책에 쓰여 있는 ‘남자를 사로잡기 위한 행동지침’이 실제상황에서 하나도 들어맞지 않아 당황하고 고민한다. 애타게 오르가슴을 찾던 소녀들은 제풀에 지쳐 레즈비언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까지 한다.
<걸스 온 탑>으로 장편 데뷔를 한 데니스 간젤 감독은 남성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여성 시나리오 작가를 특별 투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제작자 비올라 애거의 “여자아이들도 음담패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다. 특별히 돋보이는 미덕은 없지만, 그런 의도는 충분히 구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