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가 허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건 비단 한국이 처한 상황뿐이 아닌 듯하다. <아바타>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어 브라질 역사상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기록한 <엘리트 스쿼드2>가 그 살아 있는 예다. <엘리트 스쿼드2>는 액션스릴러 장르의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엘리트 스쿼드>의 속편이다. 극영화이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한 브라질의 실태를 다큐멘터리적인 화법으로 고발하는 이 영화는 정부, 국회의원, 검찰로 이어지는 부패와 비리의 악순환을 속도감있게 보여준다(다뤄야 할 비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의 페이스를 재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히 브라질판 <부당거래>라고 부를 만하다.
전편에서 교황이 왕림할 빈민가의 갱단과 사투를 벌였던 경찰특공대 ‘보피’(B.O.P.E·실존하는 브라질 특공대)의 대장 나시멘토(와그너 모라)가 또다시 주인공이다. 1편에서 ‘성화 작전’을 마지막으로 보피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나시멘토의 삶은, 유감스럽게도 나아진 것이 없다. 지키고 싶었던 부인은 사람을 죽이는 경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한다. 설상가상으로 부인과 동거를 시작한 인권협회장 프라가(이란디르 산토스)는 갱단 수용소에서 갱들에게 인질로 잡힌 걸 구해줬더니 “보피는 교도소 안에서도 비겁했다”며 갱들을 진압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 행동을 맹비난한다. 갱단 수용소의 폭동을 진압했다는 공을 인정받아 정보부 차관에 오른 나시멘토에게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사회 시스템과의 싸움이다.
<엘리트 스쿼드2>의 미덕은 부정부패의 근원을 어느 특정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 데에 있다. 빈민가의 마약 밀매업자에게 뒷돈을 요구하며 이에 저항할 시에는 망설임의 여지없이 잔혹하게 처단하는 민간 경찰은 나쁘다. 그들을 눈감아주며 불법 소득을 함께 챙겨먹는 정치인들도 나쁘다. 하지만 이들 위에는 1960년대 카스텔루 부랑쿠의 군사정권 시절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되어온 거대한 비리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정보부 차관이 된 나시멘토의 핵심 과제는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해 브라질 서부를 접수하려는 부패 경찰을 막는 데에 있지만, 이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체제를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을 영화는 주지시킨다. 이러한 사안의 무거움이 <엘리트 스쿼드2>에서는 영화 곳곳에 만연한 유혈 사태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무거움을 한결 덜어주는 건 나시멘토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다. 부패 척결이란 목적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쟁심에 도청으로 프라가의 행동을 파악하거나 아들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소심한 모습, 법으로 해결하기 전에 특공대원 출신답게 주먹을 휘두르는 나시멘토의 다혈질적인 모습은 브라질 장르영화 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를 지목하게 한다. 전편에 이어 <시티 오브 갓>의 시나리오작가 브라울리오 맨토바니와 감독 호세 파딜라가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