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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제작한 LJ필름 대표 이승재 [2]

-김 감독말고도 만들 영화가 많다. 어떤 작품들인가.

=정지우 감독은 강경옥의 만화 <두사람이다>를 영화로 만든다.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 게 확실한 작품이다. 민규동 감독은 몽골을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를 만들 예정이다. 몽골 여자와 한국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송해성, 변혁 감독도 시나리오 작업중이고 신인감독도 2명 있는데 조범구, 이윤기 감독이다.

-LJ필름은 작품보다 감독 중심 영화사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유가 있나.

=사람 중심으로 일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감독과 프로듀서 관계가 한편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사례를 보면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되고. 프리랜서 프로듀서를 하면서 느낀 점도 어떤 감독과 한편 같이 작업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3∼4편 이상 함께 만들면 좋은 관계 속에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감독들과 계약하면서도 시나리오 놓고 계약한 감독은 없다.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시스템이지만 5년 정도 기다리면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실제로 창립한 지 2년 지나니까 뭔가 보이는 것 같다.

-감독 중심의 제작방식과 기획 중심의 제작방식은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낳는데 왜 하필 감독 중심인가.

=모르는 감독이 시나리오 들고 우리 회사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엔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작업하는 게 부담스럽다. 실제로 거절한 예도 많다. 우리 회사 프로듀서가 여러 명인데 그들이 감독을 잘 알고 오랫동안 함께 얘기해서 나온 것은 신뢰가 간다. 우선은 작품이 빨리 안 나와서 힘들지만 이렇게 협의해서 만들어가면 결과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획영화와 다른 것은 순서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획영화도 감독이 정해지면 감독이 다 다시 뜯어고치지 않나. 물론 기획영화가 당장 흥행하는 데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1회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어떤 한 감독과 작업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모든 프로듀서의 꿈이겠지만 영화다운 영화를 갖고 흥행도 하고 영화적 가치도 평가받고 그랬으면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한 감독과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출판계에 있다 영화 일을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대학 졸업하고 3년 반 정도 잡지를 만들었다. 잡지에 영화소개 코너가 있어서 그때부터 영화를 열심히 봤는데 그러다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보다 재미있겠다 싶어 뛰어들었는데 처음 만난 사람은 이장호 감독이었다. 1년 동안 이장호 감독 영화제작하겠다고 뛰어다녔는데 잘 안 돼서 신씨네에서 운영한 영화기획아카데미를 다녔고 신씨네 마케팅 실장으로 일을 배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창작보다 제작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책 만드는 것보다 영화 만드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영화한다니까 출판계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말렸다. 그때는 책 만들어서 100만부 넘게 파는 게 우스웠는데 요즘은 영화 만들어서 관객 100만명 넘기는 게 우스워졌다. 그때 다들 말렸지만 요즘엔 나보고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선견지명은 무슨, 그냥 그렇게 된 거다.

-감독과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인샬라>를 하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감독과 프로듀서의 교감이 중요하다. 시나리오에 있는 것을 글만 갖고 토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글의 상상력을 교감하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감독의 감수성, 장점, 단점 그런 걸 알고 있어야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힘이기도 하다. 감독을 잘 알면 터무니없는 것을 만들진 않는다. 그리고 영화를 제작하는 즐거움도 그런 것이다. 어떤 아이템을 처음 구상해서 극장에 걸 때까지 함께 가고 이해하는 것이다. 제작사를 차리면 그런 걸 하겠다고 생각했고 LJ필름은 그게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만든 회사이다.

-영화쪽 메이저 자본과 전속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텐데.

=영화계 밖에서 종잣돈을 받아왔는데 그게 좋은 점이 있다. 투자자에게 저자세로 나가지 않을 수 있다. 프로젝트별 투자를 받는 편이 좋다. 만약 어느 한쪽 메이저 자본과 전속관계를 맺으면 그 투자자가 “노”라고 얘기하는 작품은 못할 텐데 그럴 필요없이 진행할 수 있다. 앞으로 투자는 열어놓고 갈 생각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나. 창립작품 <수취인불명>도 돈을 못 벌었는데.

=그점에선 행복하다. 투자자들에게 5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해 달라고 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로 현장에 있는 것보다는 피곤한 일이 많다. 기반이 잡히면 회사 내 다른 프로듀서들에게 돌아가며 경영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그냥 현장 프로듀서만 하면 좋겠다. 감독들도 비슷하겠지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현장이다. 촬영할 때가 가장 좋고 그렇게 만들어서 극장에 걸리면 그때 느끼는 어떤 맛이 있다. 그런 보람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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