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영화제에서 논란과 주목을 독식했던 <트리 오브 라이프>가 드디어 개봉한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종결자였던 테렌스 맬릭의 신작이다. 엄격한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자상한 어머니(제시카 차스타인) 사이에서 자란 삼형제 중 맏아들인 잭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현실적으로는 아버지의 훈육을 받아들이고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어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년에게 성장의 고통은 너무 크고, 폭력의 위약 효과는 너무 적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변주한 듯한 이 가족의 비극과 자연 다큐멘터리를 어지럽게 뒤섞어 놓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인물과 자연을 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정신없다. 그럼에도 <트리 오브 라이프>를 지켜보게 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맬릭은 이 영화에서 참신한 얼굴을 많이 발굴했는데, 우아한 인상의 제시카 차스타인이 대표적이다. 삼형제 역시 감독과 제작진들이 1년 넘게 텍사스와 오클라호마를 뒤져 발견한 아이들이다. 원래는 잭 역을 두고 경합을 벌였던 세명에게 삼형제 역을 나누어준 것이라 한다. 연기 경력이 없는 소년들은 과장되지 않은 표정과 몸짓으로 친근하고도 섬뜩한 유년기를 무리없이 묘사한다. 아버지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도 선악의 양극단을 절도있고 유연하게 오가고 있다.
신구 배우들간의 상호작용이 이 영화에서 드물게 리듬감이 느껴지는 요소라면 간간이 삽입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식 영상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도 진부한 느낌이다. 도식적으로 쓰인 음악도 창세기의 장황한 해설처럼 들린다. 미적 감각도, 시적 감흥도 없는 영화다. 맬릭은 <뉴 월드>(2005)에 이어 이번에도 1980년대에 썼던 시나리오를 되살렸지만 당시의 명성까지 부활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