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50-60대 주부가 TV 앞에서 넋을 놓고 드라마를 시청한다. 잠시 후 남편이 그 모습을 보고 "여자들이란…"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TV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클리셰 같은 장면이다. 드라마는 여성, 특히 아줌마의 전유물이고 남자들은 뉴스나 스포츠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게 정설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 한 TV 광고에서 중견 배우 김갑수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드라마 시청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강조한다.
중년 남성 시청자들이 드라마 시청 층으로 새롭게 유입되고 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이미 시청자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이 21일 2001년 1월1일부터 2011년 6월15일까지 지상파 TV 3사의 일일극, 주말연속극, 미니시리즈 등 모든 드라마를 대상으로 남녀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의 시청률 패턴을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 젊은 층의 드라마 시청률과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40대 이상 시청자의 드라마 시청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마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하락 = 조사 기간인 지난 10년간 시청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매체의 다양화와 각종 VOD(다시보기)의 활성화로 시청률 집계에 활용되는 이른바 '본방송 시청자'(실제 방송 시간에 TV로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숫자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01년 기준으로 평균 5.8%였던 남자 30대의 드라마 시청률은 2011년 2.0%로 떨어졌다. 또 같은 기준으로 남자 40대는 5.6%에서 2.9%로, 남자 50대는 7.5%에서 3.5%로, 남자 60대 이상은 10%에서 5.3%로 각각 급격히 시청률이 낮아졌다.
여자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2001년 평균 9.3%였던 여자 30대의 드라마 시청률은 2011년 4.5%로 떨어졌다. 또 같은 기준으로 여자 40대는 9.9%에서 5.8%로, 여자 50대는 12.3%에서 7.1%로, 여자 60대 이상은 12.9%에서 7.9%로 시청률이 각각 하향세를 걷고 있다.
◇40대 이상 시청점유율은 꾸준히 상승 =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점유율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젊은층이 인터넷과 DMB, 케이블 등으로 이탈한 반면, 40대 이상은 지상파 TV에 대한 충성도를 지키고 있고 그중 드라마에서 특히 시청 점유율이 상승했다.
2001년 기준 9.3%였던 남자 30대의 드라마 시청 점유율은 2011년 5.0%로 떨어졌다. 반면 남자 40대는 같은 기준으로 6.1%에서 6.9%로, 남자 50대는 4.6%에서 6.8%로, 남자 60대 이상은 4.8%에서 9.0%로 각각 점유율이 상승했다.
여자 30대의 드라마 시청 점유율도 2001년 14.8%에서 2011년 10.6%로 떨어졌다. 반면 여자 40대는 같은 기준으로 10.3%에서 13.7%로, 여자 50대는 8.8%에서 14.1%로, 여자 60대 이상은 7.5%에서 16.9%로 각각 배 가까이 점유율이 올랐다.
TNmS의 조성아 국장은 "전반적으로 전 연령층에서 드라마 시청률은 하락하고 있지만 중년 이상 남녀의 시청 점유율은 나란히 상승세"라며 "특별히 남성들의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고 남녀 모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청률 집계 방식 변화 요구 이어져 = 이처럼 중년 이상 남녀가 드라마 시청률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시청률 집계 방식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부들이 주 시청층으로, 시청률이 40%를 넘나든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와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지만 시청률 10% 전후를 기록한 미니시리즈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층일수록 TV보다는 다른 매체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데 시청률 집계 방식은 TV에만 국한돼 있어 실제 시청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하기 힘들다는 것.
'성균관 스캔들'의 제작사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는 "젊은 층은 다들 DMB로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 안방극장 채널 선택권을 지닌 50-70대가 동시간대 '동이'나 '자이언트'를 보기 때문에 시청률은 낮게 나왔지만 체감 시청률은 40%가 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평균 13.8%로 막을 내린 SBS '마이더스'의 김영섭 CP도 "'마이더스'의 체감 시청률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이 참에 시청률 집계 방식에 변화를 기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CP는 "지금의 시청률 집계 방식은 중년층 이상의 시청률만 반영하고 있다"며 "젊은층의 시청률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시청률 집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방송중인 MBC 수목극 '최고의 사랑'에 대해서도 MBC 홍보실은 "체감 시청률은 훨씬 높은데 시청률이 20%를 넘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시청률만으로는 드라마의 인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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