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항상 가슴 한 켠에 크게 자리하는 어머니지만 어머니란 말만큼 복잡한 정서를 담고 있는 단어도 드물다.
어느 순간 늙어가는 병약한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 가슴에 납덩이 같은 무거운 슬픔이 맴돌다가도 언쟁이라도 벌일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울컥 짜증이 치밀기도 한다. 좋았다가 싫어지다가도 다시 미안해지는 존재인 어머니. 영화 '마마'는 그런 정리하기 어려운 '어머니'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을 겨냥한다.
영화는 세 편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듯 뒤섞인다. 아픈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딸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유명 소프라노의 이야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바라보며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때로는 마주친다.
조직폭력배인 아들이 유명 영어 강사인 줄 알고 착각하고 사는 어머니 옥주(김해숙)와 아들 승철(유해진)의 이야기를 다룬 일화가 가장 재미있다. 어머니의 첫 사랑(장항선)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어머니의 첫 사랑을 구하기 위해 승철이 라이벌 조직폭력배 두목에게 무릎을 꿇는 등 과장된 내용이 눈에 거슬리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하고, 조폭 대원들의 감초 연기가 웃음을 던져 준다는 점에서 3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같이 떠나서 살자는 첫사랑의 제안을 뿌리치고 아들과 함께 살겠다는 옥주의 울부짖음을 보면서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로 나오는 엄정화의 연기나 사사건건 다투는 전수경과 류현경의 연기는 때로 과장으로 치닫지만, 상업영화의 견지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
영화의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아쉽다. 이야기의 풍성한 맛이 떨어지고 캐릭터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세심한 손길이 부족하다.
'여고괴담 4: 목소리'로 재능을 보였던 최익환 감독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봤던 팬들에게는 아쉬울 만한 연출력이다.
6월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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