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 브라운 개인전> 5월27일~6월24일 / 국제갤러리 신관 / 02-735-8449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소피아 코폴라로 대변되는 예술가 부녀의 관계는 미술계에도 존재한다. 영국 미술계의 경우, 저명한 미술평론가 고 데이비드 실베스터와 아티스트 세실리 브라운이 대표적이다. 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거의 소설책 보듯 드라마틱하다. 데이비드 실베스터와 결별한 세실리 브라운의 어머니는 딸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감췄다. 세실리 브라운은 진짜 아버지를 친척인 줄 알고 자랐으나 피는 속일 수 없었다. 브라운은 실베스터가 기획한 전시를 보러 다니며, 실베스터가 소개해준 예술가 프랜시스 베이컨을 존경하게 되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출생의 비밀’을 세실리 브라운에게 공개했다.
이 일화를 소개하는 건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시앙 프로이드를 눈여겨본 아버지의 높은 취향을, 딸인 세실리 브라운이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세실리 브라운은 작품을 통해 프란시스코 드 고야, 니콜라 푸생, 윌렘 드 쿠닝, 조앤 미첼 등 그녀에게 영향을 끼친 대가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작품의 제목으로는 종종 <파자마 게임> <베드타임 스토리> <도망자>와 같은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타이틀을 차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받기’에서 그치는 건 아니다. 세실리 브라운은 작품의 배경과 대상을 거친 붓자국으로 중첩시킨,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놓인 회화를 구사한다.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사랑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가진 보기 드문 표현주의 작가’라는 독특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테이트 모던과 구겐하임에 전시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컬렉터 찰스 사치와 가수 엘튼 존이 세실리 브라운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브라운의 회화 작품 13점과 6개의 모노타입(판화의 일종) 작품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