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판 007을 만들 겁니다. 내년 여름 완성을 목표로 열심히 구상하고 있어요."
'내 깡패같은 애인'의 김광식 감독은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이명세 감독을 꼽는다. "가장 영화답게 영화를 찍는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30일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 영화의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후배 영화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명세 감독을 만났다. 영화제에서는 그의 전작(全作)을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회고전이 열린다기에 그저 담담했는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고맙고 기쁘더라고요.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옛 작품들을 보는 관객들의 눈이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지독한 사랑'을 보고 관객들이 많이 웃었다던데, 관객들의 반응을 빨리 보고 싶어요."
이번 특별전에서는 데뷔작 '개그맨'(1988)부터 'M'(2007)까지 그의 전작 8편이 관객들과 만난다. 전주영화제 측은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영화는 여전히 동시대적이며 보편적 울림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의 특별전을 준비했다.
사실 그의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중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에 치중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를 만든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이 감독은 "'이야기'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했다.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영화예요. 이를테면 이 인터뷰를 그냥 찍으면 다큐멘터리 같은 내러티브죠. 하지만 대사를 다 빼고, 멀리서 자판 소리만 들리게 찍을 수도 있어요. 인터뷰의 흐름과 느낌, 주변의 공기를 다 담아야해요. 물론 분위기에 따라 조명 색깔과 톤도 다 달라지고요. 영화는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그는 소설 쓰기와의 비교를 통해 영화의 핵심에 다가갔다.
"단어와 단어의 긴장관계, 행간 등을 통해서 소설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프루스트가 왜 일주일 동안 한 문장을 고쳐 썼을까요. 예컨대 '아침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를 '나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다'로,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에 나는'으로 혹은 '나는 깨어났다, 아침에 잠에서' 등으로 바꿀 수 있잖아요. 소설의 전체 구조 속에서 이 문장들은 전부 느낌과 의미가 달라져요. 영화도 마찬가지죠. 영화도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서, 사용하는 쇼트에 따라서 완전히 느낌이 달라집니다."
관객과의 접점 찾기란 숙제에 대해서 그는 "온 마음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내가 삭힌 홍어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만 식탁에 놓을 수는 없는 거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놓을 수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피자에 살짝 삭은 홍어를 섞을 수는 있겠죠. 요즘은 된장라면 같은 것도 있잖아요. 요컨대 맛을 확산시키는 거죠. 홍어 피자도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 참 좋을 텐데…."
이명세 감독은 'M'(2007)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다. 설경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첩보물 미스터 K다. 그는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올 10-11월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판 007이 될 거예요. 작년부터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콘셉트를 잡아오고 있죠. 계속 (느낌이) 쌓여야 해요. 안갯속 저 너머에서 캐릭터가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아스라하다가 서서히 조금씩 구체화하는 거죠. 그 캐릭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키가 큰지 작은지…. 아직은 손까지 잡지 못했어요."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객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가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테면 그가 좋아하는 고전영화 같은 영화다.
"예술이란 비욘드(beyond)를 보여주는거죠. 저는 그 너머를 찍
어오려고 노력했습니다. 고전은 수많은 비욘드들로 이뤄진거죠. 저도 그 '너머'에 계속 도전하다 보면 관객들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