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추노'의 대길이 어제오늘 구분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인물이라면, '마이더스'의 도현은 오직 내일에 포커스를 둔 인물이죠. 말 한마디 할 때도 여러 번 (생각을) 거르는 인물이라 표현해내기 쉽지 않았어요."
장혁(35)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요즘 SBS 월화극 '마이더스'에서 성공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힌 남자 도현을 연기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출신의 천재 변호사 도현은 여자친구(이민정)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지만 거대 헤지펀드 대표 인혜(김희애)를 만난 뒤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남자로 변해간다.
21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혁은 "도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철저히 따지고, 말 한 마디 할 때도 여러 번 걸러내는 인물"이라면서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주변에 암초도 많아 늘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아간다"고 소개했다.
"이런 톤의 연기는 처음입니다. 쉽지 않았죠.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도현이란 캐릭터와 공감대를 넓혀 갔고, 이제는 시청자들도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인혜에게 버림받은 도현의 복수극이 시작되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마이더스'는 지난 20일 처음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16.3%,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차지했다.
총 20회 중 17회가 방송된 뒤에야 '결실'을 맺은 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혁은 "마이더스라는 드라마 자체가 그렇게 쉬운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이더스'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도하는 경제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감정을 터닝포인트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어렵고 복잡하게 느끼실 수 있죠."
'경제드라마' 마이더스는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언뜻 들어서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경제 용어를 전문가답게, 입에 착착 붙게 표현해내야 했기 때문.
장혁은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데블스 애드버킷'이나 '대부' '월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같은 영화도 많이 봤다"면서 "무엇보다 틈나는 대로 경제 잡지를 소리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훈련을 했다"고 소개했다.
돈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겠다고 묻자 "돈보다는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이더스'는 돈과 욕망이라는 틀을 빌려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돈을 놓고 다양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진 이상향이라는 게 생각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구나, 화려한 생활보다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장혁은 "도현 역시 살얼음판을 걸어 다다른 곳이 자신이 생각했던 부분과 다르다는 걸 느끼지만, 이미 너무 멀리 나간 상황이라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면서 "어쩌면 누군가 나를 멈추게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밖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실 도현은 굉장히 외로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럼 도현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장혁은 "드라마 엔딩이야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 손에 달렸지만, 도현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든다"면서 재기를 꿈꾸는 도현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장혁은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다. 1997년 SBS '모델'로 데뷔한 그는 '학교(1999)' '명랑소녀 성공기(2002)' '고맙습니다(2007)' '타짜(2008)' 등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 방송된 KBS '추노'에서는 '짐승남' 대길을 맛깔스럽게 소화하며 KBS 연기대상, 한국 PD 협회 대상(탤런트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그는 "작품 하나 할 때마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고 이성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어떤 장르를 꼭 해 봐야지, 어떤 역할을 꼭 해봐야지 하고 정해놓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며 유연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장혁의 차기작은 이정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뿌리깊은 나무'다.
그가 연기할 노비 출신 겸사복 관원 강채윤은 세종(한석규)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뒤 복수심 하나로 노비에서 관원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는 인물이다.
장혁은 "캐릭터가 좋아 선택했다"면서 "'마이더스'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품마다 다른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추노'에서의 제 모습과 '마이더스'에서의 모습이 달랐듯이 차기작에서도 색다른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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