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모든 눈이 리비아 혁명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집중된 요즘, 중동의 작은 도서국가 아이티원의 평화를 노래하는 뮤지션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가수 박진영이 랩 피처링과 뮤직비디오에까지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UV의 신곡 <ITEAWON FREEDOM(feat. JYP)>이 <할렘 디자이어> 등의 곡으로 80년대 세계적인 디스코 열풍을 이끌었던 런던 보이스의 모국인 아이티원 독립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 라는 것은 물론 뻥이다.
개그맨 유세윤과 하이사이드의 리더 뮤지가 결성한 남성 듀오 UV는 지난해 <쿨하지 못해 미안해>로 대한민국 가요계의 뒤통수를 강타한 선구적 뮤지션이다. 그리고 Mnet의 <UV 신드롬 비긴즈>는 시공을 초월해 월드 스타로 추앙받는 위대한 뮤지션 UV의 여정을 그린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방송된 <UV 신드롬>에서는 UV가 서태지와 아이들, H.O.T.,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숨겨진 멤버였다고 주장하더니 그 ‘뻥’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능가하는 <UV 신드롬 비긴즈>는 그야말로 UV를 자전축으로 도는 새로운 지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룹 ‘닥터피쉬’로 활동하던 시절 김건모에게 사인 CD를 건네며 “형, 음악은 이런 거예요”라고 훈수뒀던 유세윤은 유일한 수제자인 빅뱅을 얼차려시키고 외국인 연습생 JYP더러 그게 춤이냐며 구박하는 까칠한 천재다. 하지만 제1회 우드스톡페스티벌 개최에도, 베를린 장벽 붕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UV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중세 유럽에 등장했다는 기록이 ‘피리 부는 UV’ 설화로, 조선시대 악사들에 관한 서책에 적힌 ‘有不二’라는 문구로 그 궤적의 일부를 추측할 뿐이다. 과거 일본에서 활동하던 UV를 보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난전에서 사먹던 ‘UV 초밥’이 지금 유부초밥의 기원이 되었음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기 소보르망 교수(박혁권)의 광기 어린 눈빛은 화룡점정이다.
모두가 리얼을 부르짖는 시대에 순도 100%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목숨 걸고, 서바이벌 오디션이 대세인 세상에서(?)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승부하는 이 쇼는 모든 현실적 한계를 상상력으로 뛰어넘는다. UV의 기타를 구하기 위해 한국에 왔던 스티브 잡스가 부천지하상가의 미로에서 헤매다 돌아가는 바람에 아이폰의 길찾기 어플이 생겨났다는 어처구니없는 서사에도 ‘호, 그럴듯한데?’ 싶은 것은 그 부질없는 진지함에서 나오는 힘이다. 게다가 아이돌의 연애, 선후배간의 수직적 위계, 뮤지션의 돈문제 등 누구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꼬집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UV의 통렬한 패러디는 한국 대중음악시장과 연예계를 바라보는 가장 흥미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UV 신드롬 비긴즈>의 ‘똘끼’가 빛나는 순간은 Mnet과 그 모기업 CJ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로 최후의 선마저 넘어버릴 때다. “왜 Mnet이 싫다고 말을 못해? 이것들이 <슈퍼스타K> 하나 했다고 아주 음악방송 대통령 됐어!”라며 깐족대거나 <UV 신드롬>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며 “앞으로 CJ 계열의 밥, 빵, 영화 등을 하나도 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UV도 ‘소 쿨’하거니와 농담이란 게 뭔지 알아듣는 방송사 역시 드물게 쿨하단 얘기다. 그런데 며칠 전, UV와의 인터뷰가 잡혔다는 소식에 기뻐 날뛰는 나를 향해 이사님께서 걱정스레 말씀하셨다. “걔네… Mnet이랑 문제는 해결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