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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의혹의 미덕은 어디로 갔는가? <언노운>
장영엽 2011-02-16

‘전세계 스포일러 비상!’, ‘결말 유출 금지’. <언노운>의 홍보 문구는 몹시 자극적이다. 이런 ‘떡밥’을 한두번 겪은 건 아니지만 결말의 보안 유지를 위해 전세계 동시 개봉을 결정했다거나 <언노운>의 감독이 꽤 신선한 반전을 선사했던 <오펀: 천사의 비밀>의 하우메 콜렛 세라라는 ‘팩트’를 떠올리면 이 영화의 홍보 문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러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반전, 결말 떡밥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알맹이가 실할 때 유효하다는 것.

궁지에 몰린 남자가 주인공이다. 베를린으로 출장 온 마틴 해리스(리암 니슨) 박사는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의식을 잃는다. 3일 만에 깨어난 그는 부리나케 아내(재뉴어리 존스)가 있을 호텔로 달려가지만, 아내는 마틴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의 곁에는 자신의 행세를 하는 다른 남자가 있다. 마틴은 교통사고 뒤 자신을 구해준 택시 기사(다이앤 크루거)와 옛 동독 스파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애쓴다. 한편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사방에서 그를 위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노운>의 반전은 새롭지 않다.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모든 인물이 용의자인 이런 부류의 영화들을 주의깊게 보아왔다면, <언노운>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큰 진실’을 감추기 위해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들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작은 활력소가 영화의 대세를 바꿔놓지는 못한다. 낯익은 반전을 새로운 것인 양 꺼내놓는 <언노운>은 급기야 풀리지 않던 의문을 모두 해명하고 나서야 막을 내린다. 승부로 내세웠던 여백과 의혹의 미덕을 스스로 망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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