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은(문정희,왼쪽)이 고양이를 구출해 아이에게 건네준다. 컨트롤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아이와 동물때문에 겨우 "오케이"사인이 났다.
문정희는 영화<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드라마<달콤한 나의 도시>(2008)에서 박흥식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단편이라 부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쉽지 않은 촬영이 될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이 대여섯살인데 도통 말을 안 들어요.” 지난 9월17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동물병원 앞. 현장에 도착한 기자를 보자마자 박흥식 감독은 혀를 내두른다. 총 7회차 촬영 중 겨우 반환점을 돌았는데 감독과 스탭들은 말썽꾸러기 아역배우에게 끌려다니느라 사나흘 밤샘은 물론이고 매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연기를 잘하는 아이를 캐스팅하지 그랬냐”는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에 “120명의 아역배우를 오디션 봤는데 그중 가장 연기를 못하는 친구를 캐스팅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강아지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주인공 보은 역이나 보은과 단둘이 있을 때 사람의 모습을 하는 강아지 보리 역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기학원에서 훈련받은 아이여서는 안된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매번 아역배우의 연기지도에 애를 먹는 것은 때묻지 않은 아이를 캐스팅한 대가인 셈이다.
두 자매(?) 보은과 보리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내 동생>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지원하는 동물보호 옴니버스영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중 한편이다. 나머지 세편은 임순례, 송일곤, 오점균 감독이 연출하고 현재까지 송일곤 감독의 영화가 촬영 완료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제작 총지휘를 맡은 임순례 감독도 격려차 현장을 찾았다. 임 감독은 “송일곤 감독의 영화가 38분으로 나와서 박흥식 감독에게 ‘25분으로 끊으세요’라고 매일 문자를 보낸다(웃음)”면서 “두 감독이 개를 주제로 해서 나는 다른 동물로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끼고양이가 트럭 밑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이 고양이는 촬영을 위해 동물보호소에서 캐스팅했다. 촬영이 끝난 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이날 공개된 신은 “우리 영화에서 가장 블록버스터 장면(웃음)”이라는 정연 프로듀서의 귀띔대로 극중 규모가 가장 컸다. 비 내리는 날, 한 여자아이가 동물병원에 들어와 수의사인 성인 보은(문정희)에게 “고양이가 다친 채로 트럭 밑에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한 장면이다. 해가 쨍쨍한 날 대형 살수차가 뿌리는 인공 비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다보니 연기 외적인 돌발변수들이 많았다. 첫 번째 테이크. “컷! NG! 비가 오는데 저 뒤에 있는 사람이 그냥 걸어가면 말이 안되잖아. 우리 스탭 중 한명이 비를 피하는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 현장 통제가 잘된다 싶으면 아역배우의 연기가 문제다. “컷! 송이야, ‘선생님 도와주세요’ 할 때 울면서 안 해도 돼. 그냥 울음을 멈추고 말하면 돼. 알았지?” 여자아이와 함께 고양이를 구출하면서 보은은 보리와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박흥식 감독은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동물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버려진 강아지, 고양이들이 너무 많다. 책임감을 가지고 길러야 할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2011년 극장 개봉 예정이다.
"카메라 보면 안돼. 고양이만 보면 돼." "애뜻한 눈길로 바라봐." 박흥식 감독은 동선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보이면서 아역배우에게 연기지도를 한다.
극중 보은의 동생 보리는 보은과 단둘이 있을 때만 사람 모습을 한다. 보리 역을 맡은 이 아역배우는 현장에서 엄청난 장난꾸러기로, 촬영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꼬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