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법천자문>은 어떤 책이기에, 이렇게 난리인가요. A. 정의하자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한자학습교재입니다. 한자마법의 능력을 가진 손오공과 삼장의 판타지 모험극을 담은 만화책이기도 하지요. 총 20권인데, 현재 18권까지 나왔고 2003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약 1200만부가 팔려나갔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갖가지 <마법천자문>이 생겨났습니다. ‘마법천자문 손오공·삼장’이란 어린이 음료가 있고요. ‘마법천자문 양반 치즈맛 김’에 ‘마법천자문 빵’도 있습니다. 포장지에 캐릭터와 한자 설명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다는 건데, 굳이 포장지를 정독할지는 모르겠습니다(포장지가 어떠냐보다 맛이 우선인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그렇단 이야기입니다). 그 밖에 닌텐도 DS게임, 뮤지컬로도 제작됐습니다. 원작만화뿐만 아니라 다른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들이 내세우는 전략은 같습니다. 이것만 읽으면, 이것만 먹으면, 이것만 가지고 놀면, 한자가 저절로 머릿속에 쏙쏙 박힌다는 거지요. 부모들 입장에서 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Q.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한자’가 나오는 거잖아요. 에듀테인먼트 어쩌고 하는 게 많아지긴 했지만, 결국 교육은 교육대로 가고 재미는 어설프더라고요. A.판매부수를 보면 아이들이 볼 때, 기본적인 재미는 있는 거겠죠. 물론 책값 계산은 부모들이 하겠지만요. 다만, <마법천자문>을 읽는 조카를 둔 입장에서 볼 때도 이 만화에 포함된 갖가지 스토리는 다채롭습니다. 일단 캐릭터로 중국의 고전인 <서유기>가 있지요. 아이들이 벌이는 마법이라는 측면에서 <해리 포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에도 담긴 내용이지만, 마법천자패에 숨겨진 5개의 한자를 찾는 미션은 7개의 여의주를 찾아야 했던 <드래곤볼>과 비슷하지요. 게다가 오공과 콤비를 이루는 삼장이란 여자아이는 <드래곤볼>의 부르마를 떠올리게 해요. 극중에서 오공이 한자마법을 수련하는 과정은 홍콩무술영화에서 가져온 겁니다. 청소하고, 장작 패고, 무엇보다 물을 길어와야 하죠.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 오공의 스승인 보리도사는 ‘취권’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어른의 눈에서는 그런 패러디가 흥미롭네요.
Q.그래도 한자라는 게, 안 쓰면 쉽게 잊어버리잖아요. 책을 볼 때는 알고 있어도, 책을 덮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공부의 관성 아닌가요. A.<마법천자문>의 마법은 단지 책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법천자문>은 1권당 20개의 한자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20개의 한자가 그려진 카드를 책과 함께 비닐포장해서 판매하지요. 이 카드가 뭐냐면, 아이들이 보물처럼 아끼는 ‘디지몬 카드’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돼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놀이는 카드당 적힌 한자의 음과 뜻을 맞추는 거겠죠. 이게 좀 고차원적이라면 진짜 단순한 놀이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민 카드 속 한자보다 내 카드에 적힌 한자의 획수가 많으면 승리하는 획수게임, 카드에 적힌 능력치로 겨루는 에너지게임, 역시 카드에 적힌 급수를 사용하는 급수게임 등입니다. 한자를 가지고 끊임없이 놀 거리를 만들어준 게 <마법천자문>의 또 다른 성공비결입니다.
Q.그런데 도대체 그 한자마법은 어떻게 부리는 겁니까. A.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한자마법의 비법도 다르지 않습니다. 손오공의 스승인 보리도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한자를 정확히 쓰고 정확한 뜻과 음을 말하면 되느니라.” 즉 많은 한자를 알수록 부릴 수 있는 마법도 많아지는 거죠. 요즘처럼 더울 때는 雨(비 우)자로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고, 氷(얼음 빙)자로 얼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분노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개XX'라 욕하지 말고, 아예 犬(개 견)자 마법을 이용해 개로 만들어버립니다. 다른 한자마법을 함께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성인용으로 응용해볼까요? 밤이 두려운 유부남 아저씨인 경우, 長(길 장)과 大(큰 대)자 마법을 함께 씁니다. 센스가 있다면 力(힘 력)자 마법도 함께 부리겠죠. 만약 당신이 취재기자들을 감시하고픈 편집장이라면 目(눈 목)자 마법을 쓰세요. 진짜 눈동자 하나가 나타나 멀고 넓게 감시해줍니다. 그럼 취재기자는 尖(뾰족할 첨)과 刺(찌를 자) 마법으로 응수하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