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신하균, 김태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송강호는 “DVD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 보게 되더라. 오늘이 개봉 때 본 뒤로 두 번째 극장 관람이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5년 동안의 주요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가더라.”
<접속>의 엔딩 크레딧이 메인 테마곡인 <A Lover’s Concerto>와 함께 올라가자 관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보낸다. <접속>의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다”면서 “지금 봐도 (<접속>의) 완성도가 뛰어나더라”라고 만족해했다. 지난 8월2일부터 5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명필름15주년영화상영회’가 열렸다.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은 명필름은 그간 제작해온 30여편의 작품 중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JSA>(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광식이 동생 광태>(2005) 등 네편을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심재명 대표는 “당시 <접속>을 보고 영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로 <접속>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르였고, <공동경비구역 JSA>는 사회적인 반향이 컸던 작품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주변부 사람들의 인생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이고, <광식이 동생 광태>는 가장 최근 작품으로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라고 네편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매 작품 상영이 끝난 뒤 감독, 출연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먼저 8월2일 밤 10시. <접속> 상영 뒤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장윤현 감독과 배우 한석규의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10년도 넘은 영화인데 다시 보니 감회가 어떤가”라는 질문에 한석규는“집에서 DVD로 가끔 본다. 지금 하면 그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장윤현 감독 역시 “나도 지금 다시 하면 (연출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면서 “<접속>을 만들 때 신인인 나를 비롯해 영화를 처음 하는 스탭들이 많았다. 모두들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때”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같은 시각. <공동경비구역 JSA> 상영이 끝나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배우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의 대화시간이 마련되었다. “영화를 다시 본 소감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에게도 참 순수했던 시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뭐 <박쥐> 같은 어두운 영화를 만들고…. 으헤헤. 농담이고. 박찬욱 감독은 늘 한결 같은 사람이고…”라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우는 “영화를 찍고 모든 배우들이 다 잘나갔는데 나만 못 뜬 것 같다. 얼마 전 여성영화인 모임 때 박찬욱 감독님을 만나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그때 응어리가 쌓였는지 나도 모르게 감독님 앞에서 술주정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신하균은 “촬영할 때 참 분위기 좋았다. 그날 분량이 끝나면 모두 강호 형 방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고, 강호 형 피곤하면 모두 돌아가서 잤다”며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꺼내기도 했다.
관객 역시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러 온 김승민(29)씨는 “명필름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한 대중영화를 만들어왔다”면서 “15년을 넘어 20년, 30년, 100년까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심재명 대표의 한마디. “아이고, 감사합니다. 100주년? 그럼 내 나이가 몇이야?!”
명필름의 수장 이은, 심재명 대표(사진 왼쪽부터). 심재명 대표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동안 명필름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관객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새로운 영화들을 만들겠다. 20주년 영화상영회도 열어야지”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석규(사진)는 “영화는 추억을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접속>을 다시 보니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 말했다. 그는 “<접속>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새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확실히 다른 멜로드라마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장윤현 감독은 “신인 감독으로서 당대 최고 배우였던 한석규 선배는 큰 힘이 됐다”고 말하기도.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초반부, 신하균의 자연스러운 북한 병사 연기가 극 분위기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신하균은 “네 병사가 형제처럼 보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현장에서 서로 챙겨주면서 지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