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기자회견이 지난 7월28일 수요일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살짝 돌아서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졸리가 문신을 드러내며 돌아서자 어디선가 “너무 근사해요!”(You Look Gorgeous!)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많은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하기 전에 “당신의 열렬한 팬”이라거나 “너무나 섹시하다”며 개인적인 애정을 표현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아니라 열렬한 애정 공세였다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졸리는 우문에 현답으로, 때로는 ‘너희들이 바란 게 바로 이런 대답이지?’라는 투로 근사하게 답변했다.
-당신을 살아 있는 가장 섹시한 여자라고들 말한다. 어떤 점이 당신을 가장 섹시한 여자로 만드는 것 같은가. =솔직하고 대담하게 사는 것이 섹시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자신일 수 있을 때 가장 섹시한 게 아닐까. 브래드 피트가 나를 원할 때 내가 섹시하다고 느낀다. (기자들 웃음)
-브래드 피트가 <솔트>의 당신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좀 무서워하는 것 같진 않던가. =우리는 액션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찍으면서 만났기 때문에 그런 걸 무서워하진 않더라. 오히려 그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브래드는 내가 영화 속에서 남자들에게 공격당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내가 남자들을 공격하는 건 아주 좋아한다. (웃음)
-<솔트>의 엔딩을 보면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나. =속편의 여부는 팬들에게 달려 있다. 사람들이 더 보고 싶어 한다면 물론 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조금 더 탐험할 부분들이 남아 있으니까. 어떤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더 이국적인 로케이션에서 촬영해보고 싶다.
-당신은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다. <솔트>의 도입부에는 북한이 등장하는데, 요즘 북한의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홍보대사로서 북한문제에 어떤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오늘 오전에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한 가지 배운 건 외신들이 남북대치와 긴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도 한국의 북한에 대한 지원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의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에 감동받았다. 북한 난민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홍보대사로서 북한과 관련해서 많은 일을 하고 싶고, 그들이 받는 핍박에 대해서도 관심을 계속 기울일 거다.
-이전에 출연한 액션영화들과 달리 <솔트>는 좀더 현실적인 설정이다. 액션연기에서도 전작들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었나. =당연히. <솔트>는 드라마와 액션, 두 요소를 처음으로 한 영화에서 엮어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액션이 이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할 땐 접근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상력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더 자료조사를 하고 더 기술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 도전이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더 어렵기도 했고.
-한국에도 당신 같은 워킹맘들이 많다. 대체 엄마이자 여배우로서, 어떻게 그 모든 걸 다해내는가. =나는 보통의 워킹맘들보다 운이 좋은 편이다. 1년에 몇달만 일하면 된다. 내가 일할 땐 브래드가 가정일을 돌보고, 브래드가 일할 땐 내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럭셔리한 삶을 살지 못하잖나. 오히려 나는 보통의 워킹맘들을 더 존경한다.
-<원티드2>를 거절하고 <솔트>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티드2>의 출연은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없는데…. 나는 1편에서 이미 죽었잖나. (웃음) 그리고 <솔트>는 전혀 다른 시기에 제안이 들어왔다. 두 작품을 교환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튼 <솔트>의 캐릭터가 <원티드>의 것보다는 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 다 재미있긴 하지만 아주 다른 방식의 액션영화들이다.
-자녀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데, 혹시 걔 중 누가 당신처럼 배우가 되고 싶어 하면 지원하겠나. =항상 내 아이들과 함께 모든 영화적 체험을 공유했으니 좀 다른 것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만… 하고 싶다면야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 아이들은 비를 정말로 좋아한다. 나도 비가 아주 쿨하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가십 잡지들에 종종 등장하는데, 우리로서는 직접적인 연결책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십을 신뢰해야 하는지 알기가 힘들다. =최고다! (웃음) 그 영향력이 여기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통쾌하고, 그게 한국을 더 매력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