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이 오기는 왔다. 지난해, 축제용 불꽃놀이 화약을 다 써버린 듯, 21세기의 시작이라 명명된 새로운 연도는 경제위기의 조짐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의 불안 속에서 무겁게 시작된다. 그래도 영화는 계속될 것이다, IMF 한파 앞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경제공황기에도 할리우드는 성업중이었거든. 그 단순한 예언은 복잡다단한 요소들 덕에 적중했다. 충무로에서도. 다시 그 예언은 반복된다. 한국에 이식된 할리우드식 대작전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적용될 예정이며, 다른 부문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투자는 성장했더라는 지난해의 기록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자꾸 지난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거북하기는 하지만, 2000년 <씨네21>을 다시 들추면, ‘영화는 디지털 혁명중’이었다. 그 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기는 과학기술의 자식인 영화가 그 기술의 발전과 유리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한다면 디지털화 역시 그런 진화의 한 대목일 뿐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라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 신년호에서는 2001년의 영화들을 미리 보았다. 장선우부터 류승완까지, 팀 버튼과 마틴 스코시즈와 멀리 에릭 로메르까지 넘는 지구촌의 ‘20세기 감독들’을 지상에 초청했다. 거기,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이 예지했던 신세기의 지구가 담겨 있을 것이다.
다양한 나무들과 숲과 나무를 한꺼번에 바라보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숲의 공기를 깊이 호흡하고 또 산소를 만들어주는 그 숲을 살려가기 위해, 우리는 때로 영화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멀찍이 떨어져 나오는 일들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 숲에서 밖을 보고, 밖에서 숲을 보는 절묘한 관찰법을 선사해온 김규항씨가 잠시 떠나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전망대에 영문학자 도정일 교수가 새로 참여한다. 문화가 상품이 되는 시대에 그 문화의 고유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온 도 교수의 비평과 성찰은 새해에 독자들께 드리는 값진 선물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문화비평가 정윤수씨와 함께 문화와 예술을 향한 ‘이창’을 새로 연다. 신세대 문화비평가 DJUNA가 ‘오! 컬트’ 새 필자로 비디오 새로 읽기를 시작한다. 김봉석 기자는 ‘숏컷’으로 복귀했다. 넘치는 영상과 정보의 바다로 나가기 위한 해도와 통찰력을 독자들께 전하며, 솔직하게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