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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서비스 배급총책에서 전문배급사 청어람 대표로 변신한 최용배

“목표는 전국직배다”

어디든 숨겨진 파워맨은 있는 법. 충무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포트라이트야 CEO에게 향하지만, 업계에서는 세세한 결정까지 조율하는 이들이 큰 몫을 맡고 있다. 얼마 전까지 시네마서비스 배급담당 이사로 일했던 최용배(40) 대표 역시 그중 한명이다. 막강한 배급의 힘으로 업계 파워 1위에 오른 시네마서비스의 배급 총책이었다면, 그의 비중은 짐작할만하다. 대표라는 직함은 최근 한국영화 전문배급사 청어람(靑於藍)을 차리면서 얻은 것.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야 시네마서비스의 넘치는 배급물량을 소화하기 위함이지만, 청어람은 평소 직접 제작에 뛰어들겠다는 오랜 그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94년 대우 영화사업부를 시작으로 ‘비즈니스’판에 뛰어든 이후 시네마서비스가 메이저배급사로 발돋움하기까지 강우석 감독을 옆에서 도왔던 그로부터 ‘청어람’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독립 배급사를 차리게 된 계기는.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책임자로서 내년도 라인업을 짜보니까 올해보다 5∼10편 정도 많았다. 올해 시네마서비스가 한국영화 14편을 배급했는데 내년엔 최소한 20편, 많으면 25편 정도 되더라. 올해 14편을 하면서도 물량이 넘쳐서 시네마서비스로 예정됐던 <고양이를 부탁해>와 <와니와 준하> 배급을 워너에 양보했는데 내년에 개봉할 영화가 20편이 넘는다면 지금 방식대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년 상반기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하반기엔 영화가 너무 많아서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김정상 대표와 강우석 감독에게 보고를 했다. 내부에 2개의 배급라인을 만들든가 별도의 배급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강우석 감독이 바로 하자고 해서 예상보다 빨리 독립하게 됐다.

-시네마서비스가 넘치는 배급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만든 회사인 셈인가.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배급담당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배급대행을 하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많다. 시네마서비스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도 벅차니까 배급의뢰가 들어와도 할 수가 없었다. <번지점프를 하다> 같은 경우도 그랬는데 잠재력이 있는 영화라면 배급대행을 하는 게 배급력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그러자면 한해 10편 정도 라인업을 갖고 4편 정도는 유동적으로 배급대행할 여지를 갖는 게 좋다. 배급사는 그래야 효과적인 운영이 된다.

-일단 내년 라인업은 아이픽처스가 투자한 작품들이다. 아이픽처스 영화를 배급하기로 한 이유는.

=시네마서비스 라인업 가운데 무한기술투자가 만든 아이픽처스가 가장 독립적이다. 이해관계가 적은 쪽을 떼어 나가는 게 맞다고 봤다. 무한기술투자가 청어람의 지분 40%를 갖고 있으니까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아이픽처스 입장에선 섭섭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말해 시네마서비스는 메이저배급망이고 청어람은 이제 시작하는 회사 아닌가.

=아니다. 무한기술투자가 시네마서비스에 배급을 맡길 때는 전적으로 배급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청어람의 투자자가 됨으로써 배급에서 생기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배급할 영화가 너무 많아서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처럼 배급편수가 적은 쪽이 좀더 집중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배급편수는 어느 정도인가.

=1월11일 <마리이야기>부터 아이픽처스 영화가 4∼5편 된다. 마술피리의 <밀회> <장화홍련전>이 있고 프리시네마에서 박광춘, 김대승 두 감독의 신작이 준비되고 있으며 이스트필름, 원필름, 청년필름 등에서 한두편 영화가 나올 것 같다. 하반기 라인업은 이것으로 충분한데 상반기에 <마리이야기> 외에 없어서 배급대행할 영화를 물색중이다. 첫해엔 안정적이기 힘들 것이고 그 다음해부터 9편 정도를 배급할 생각이다.

-외화는 안 하는 건가.

=회사 차리자마자 제안은 받고 욕심이 생기긴 했는데, 그거 하고 나면 감당 못할 것 같아서 그만 잊기로 했다. 일을 시작한 데는 순전히 한국영화를 한편이라도 더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이기도 한데 외화까지 하면 아무래도 한국영화가 들어올 자리가 자유롭지 못하니까.

-회사 수익을 위해서라면 외화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복안이 있는지.

=내년이면 한국영화 배급수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한국영화 5%, 외화가 10% 수준인데. 한국영화를 8∼10% 수준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투자배급사, 제작사들과 논의중이다. 물론 그들을 설득하려면 직배지역을 늘린다거나 배급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제안이 필요할 것이다.

-배급서비스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나.

=배급이란 게 이제는 단순히 극장 잡는 게 아니다. 크게는 극장 반응, 관객 성향부터 작게는 선재물의 양이나 배포시기, 예고편 시한이나 버전 등까지 파악해서 제작사와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하다보면 배급쪽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또 제작사는 대부분 1년에 1∼2편 개봉하는 것에 비해 배급사는 많게는 20편 가까이 일을 맡다보니 변화에 대해 민감한 편이다.

-본격적인 전국 직배는 코리아픽쳐스의 <친구>가 처음이었다. 메이저인 시네마서비스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애초 메이저배급사였던 외국직배사들도 전국 5개 지역 모두 간접배급을 택하는 등 전근대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반대로 코리아픽쳐스처럼 늦게 진입한 배급사는 가장 선진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이게 다 배급이라는 일의 특수성 때문이다. 진입 당시 배급방식이 있는 것이고, 한번 택하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도중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는 물론 직배로 갈 거다.

-실제로 직배지역이 확대되고 있나.

=워너만 하더라도 서울, 부산 빼고 다 단매형태였는데, 올 여름 부터 직배지역을 늘렸다. 시네마서비스도 <화산고>부터 전주, 천안 등까지를 직배지역에 넣었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충주, 군산급의 도시까지 직배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론 지방배급사가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밀어붙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요즘 업자들을 만나면 각 지역 극장 등에 인수하거나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2002년 배급시장 판도를 예상한다면.

=아무래도 CJ와 시네마서비스, 2강 체제가 휩쓸지 않겠나. 올해는 조금 빈약했지만 내년 CJ 라인업을 보면 회사를 하나 더 꾸려야 할 정도로 작품이 많은데다 시네마서비스도 그 정도는 되니까. 연말이 되면, 직배사들쪽에선 내년에는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예상이 나오는데 그건 항상 하는 이야기니까, 뭐… 지난해에도 <진주만> <미이라2>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는데 결과는 그것만 못했잖나.

-어떻게 영화쪽과 인연을 맺게 됐나.

=대학 졸업하고나서 대우재단 학술사업부에 입사했다. 7∼8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원래 하고 싶었던 감독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나와서 87년에 서울예전 영화과에 들어갔다. 당시 현장에 진입하는 데는 서울예전이 좋다고 들어서 서울예전을 택한 거다. 곽지균 감독이 <겨울나그네>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에 다니던 대학 때려치우고 서울예전에 입학했다는 기사를 여기저기서 본 것도 작용했고. 졸업하고 나서는 바로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을 비롯해 연출부로 세 작품 하고서 데뷔 준비를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러던 차에 대우에서 DCN과 자체 영화사업을 시작한다고 들었고, 신혼이라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입사했다.

-대우 영화사업부에서 맡았던 일은.

=<커피카피코피> 저질러놓은 거 수습하는 게 첫 번째 일이었고. 이후 제작담당 대리로 <마누라죽이기> <손톱>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까지 패키지로 일을 맡게 되면서 강우석 감독님과 친분이 생겼다. 감독이 아니라 제작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여담이지만 입사하고 나서 1주일 출근했는데, 연출부 때와 달리 현장 가서 밥 먹을 때도 제작자나 감독하고만 먹고 그러는 게 너무 신기했다.(웃음)

-시네마서비스에 합류한 건 강우석 감독의 제안 때문이었나.

=대우가 사업을 접기 전에 나왔는데, 마침 강 감독님이 앞으로 영화편수를 늘릴 텐데 전반적인 비즈니스 영역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그때는 제작에 뛰어들기에 너무 이르다는 판단을 하던 차였기에 한번 해보자고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가선 판권 넘기는 일부터, 파이낸싱, 투자관리, 극장배급 안 가리고 혼자 다 했다. 그때는 1년에 3∼4편 하는 정도라 힘들진 않았고, 그 수가 5∼6편으로 늘면서 권병균, 이하영, 정명수 이런 친구들이 들어왔다.

-제작을 하겠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한 건 언젠였나.

=시네마서비스가 자리잡은 게 배경이 됐지만, 계기는 99년 초에 <스크림2> 배급을 맡으면서부터다. 첫 외화배급이었는데, 강 감독님한테 가서 난 못한다고 했다. 배급기능자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래도 한국영화 배급한다고 해서 남았던 것인데 외화를 하라니…. 1년 라인업을 확정하려면 한국영화만으로는 편수가 모자라 외화가 필요하다는 회사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난 다른 걸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강 감독님이 “애처럼 굴지말라”며 제작하는 걸 도와줄 테니 올해까지만 배급하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까지 하고 그만뒀다.

-그래도 다시 배급으로 돌아왔다.

=한 3∼4년 악쓰고 싸우고 휴가도 없이 보내서 그런지 ‘일단 놀자, 쉬자’ 뭐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미국, 멕시코 등지를 한 두달 돌다 왔다. 그리고 나서 평창동 창고에 사무실 차려놓고 봉준호 감독을 찾아다니고 그랬다. 봉 감독하고 그때 됐으면 시네마서비스에 안 들어왔을 텐데. (웃음) 워버그핀커스와 계약이 완결되면서 회사 규모가 커졌고, 그때 내 사정을 다 알고 있던 강 감독님이 ‘잘 쉬었지, 다시 들어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해서 싫다고 했는데, 3월 말이었던가. 씨네2000 이춘연 사장님이 불러서 ‘너 더블 비즈니스가 뭔지 아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데리고 있던 프로덕션팀에 시네마서비스 3층 공간을 내주는 조건으로 다시 들어왔다. 전문배급인으로서 새 욕심도 있었고.

-제작자로서 하고 싶은 영화가 있을 텐데.

=한국영화 보면 수명이 너무 짧은 것 같다. 대박 터져도 몇년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남는 건 기록뿐이고. 오래 남는 게 영화의 가치일 텐데, 다시 봐도 좋은 영화 하고 싶다. 지금이야 감독 붙잡느라 급급한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겨우 대학 졸업하고 펜대 붙잡고 살아가는 내 주위 친구들이 재미있게 보거나 그런 친구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하고 싶다.

-같이 작업하기로 한 감독이 있나.

=다섯명 정도인데 기성 감독 2명은 지금 다른 데서 작업하고 있어 말하지는 못하겠고, 단편 <필통낙하실험>을 만든 손태웅 감독을 비롯해서 영화아카데미 출신 3명 정도와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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