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의 세 번째 시리즈인 <이클립스>의 두 주연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테일러 로트너가 6월3일 한국을 찾았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트와일라잇>은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까지 총 4부작으로 만들어지며, 올해 7월 국내에서 3편 <이클립스>가 개봉한다.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그를 긴장시키는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그리고 인간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삼각관계는 <이클립스>에서 극에 달할 예정이다. 실제로 만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벨라보다 자유분방했고, 테일러 로트너는 제이콥보다 밝았다. 하품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다가도 답변할 차례가 되면 진지하게 돌변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분위기를 띄운 테일러 로트너의 인터뷰를 전한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고작 하루뿐이었던 두 배우가 한국 팬들에게 성심껏 전하는 이야기다.
-<트와일라잇>과 <뉴문>의 세계적 흥행으로 3편인 <이클립스>를 찍는데 부담도 있었겠다.
=테일러 로트너: <뉴문>도 그랬지만 <이클립스>도 내겐 큰 부담이었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고조됐기 때문이다. 팬들을 더 만족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부정적인 압력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하게 됐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위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데 그것이 내가 일을 더 잘할 수 있게끔 하는 외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팬들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느끼면 더 집중하게 되고 스스로를 단련하게 된다.
-<이클립스>는 <트와일라잇> <뉴문>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
=테일러 로트너: <이클립스>의 경우 액션이나 위험적인 요소 등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크다. 삼각관계도 하이라이트에 접어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개인적으로는 <뉴문>에서 벨라가 가장 크게 변화를 겪는다고 할 수 있지만, <이클립스>에선 생각지도 못한 삼각관계가 극에 달한다. 또 새로운 뱀파이어 군대가 등장하는 등 모든 게 다이내믹하게 돌아간다.
-1편부터 3편까지 연기하면서 연기 스타일이나 방식이 변하기도 했나?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달라졌다거나.
=테일러 로트너: 1편에서 제이콥은 굴곡없이 인생을 평탄하게 살던 소년이다. 그러다 <뉴문>에서 여러 가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숙해진다. <이클립스>에서는 제이콥의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도 있고 벨라와의 관계가 손에 닿을 듯 말 듯하는 장면도 있어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하나에 초점을 맞춰 말하기는 어렵다. 1편에서는 컨트롤을 잃고 자유로워지는 게 영화의 주제와 맞다고 생각했다. 벨라는 처음에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하는 인물이었다. 남자아이들을 좋아하거나 쫓아다니지도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컨트롤을 잃는데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2편에서 어려웠던 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상심과 비통함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책에는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상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너, 죽어본 적 있어? 그런 심정으로 연기 해.’ 이런 말을 들을 정도였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3편에서 벨라는 어린 나이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테일러를 통해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3편 이전까지 벨라는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3편에서는 스스로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1, 2, 3편 감독이 다르다. 각 감독들의 연출 스타일은 어땠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1편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을 연출했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려 했고, 모든 면에서 자유분방했다. 새롭게 시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2편의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사람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넘치는 분이다. 2편에서 벨라를 연기하면서 심적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데, 웨이츠 감독이 워낙 깊이있는 지혜를 가진 분이라 위안을 얻고 연기를 잘해낼 수 있었다. 3편의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님은 내가 영화를 보고도 깜짝 놀랄 정도의 무서운 요소들, 섬뜩한 부분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틴에게 궁금하다. 지금까지 어떤 배역보다 벨라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비슷한가.
=크리스틴 스튜어트: 많은 여자들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벨라는 누가 자신을 걸고 넘어지면 목소리를 높여 ‘이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한편으로 연기하면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벨라의 당찬 모습,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사실 이 얘기는 너무 많이 해서 고장난 라디오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기가 내린 결정에 책임지는 벨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때로는 과하게 자신감을 내보이다가 실수를 하지만 이내 인정하는 모습 말이다.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의 사랑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연기하려고 어떤 준비를 했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늑대인간이니 뱀파이어니 하는 요소를 떠나서 내게는 캐릭터들이 굉장히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두 남자배우의 특징이 캐릭터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에 특별히 더 현실감있게 표현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테일러 로트너: 정서적인 준비를 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인물에 몰입하는 게 첫 번째 단계였다. 또 세 배우가 서로 친분이 두텁다보니 캐릭터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그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소설 <트와일라잇>을 읽고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 책과 영화를 비교한다면.
=테일러 로트너: 제이콥 역을 맡기 전에는 책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는 팬이 됐다. 캐릭터도 너무 좋았다. 물론 500쪽 정도 되는 책을 120쪽의 스크립트로 요약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하지만 책과 영화가 다르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영화에 몰입된 상태고 그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5시간 정도 되면 책을 다 표현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은 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어려운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크리스틴 스튜어트: 나도 벨라처럼 쉬운 길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진실된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어떤 장애물이 놓이더라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테일러 로트너: 그럼, 사랑은 사랑이니까.
-다른 배우와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강점 혹은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자기 입으로 얘기하기엔 부끄러우니 서로의 장점을 얘기하기로 하자.
=테일러 로트너: 크리스틴은… (웃음) 진솔한 모습만 보여주지 결코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꾸거나 타협하지 않는데, 크리스틴의 그런 모습을 높이 산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테일러는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배우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다 보면 느끼게 되는 건데, 어떤 배우들은 미리 어떻게 치고 나갈지 리허설 때 철저히 준비해온다. 테일러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느끼는 대로 연기한다. 나 역시 그런 편이라 같이 연기하는 게 편하고 재미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 작품들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테일러 로트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지망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거다. <트와일라잇>을 통해 여러 문이 열리고 기회가 생겼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2년간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참여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면서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사실 한 캐릭터를 오래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작은 규모의 영화를 해왔기 때문에 길어야 한두달 촬영하면 끝이었다. 그러고 나면 허전하다. 더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한 캐릭터를 오래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친해진 친구들과 계속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배우는 보통 주어진 일만 하게 마련인데 그렇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 데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