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빛깔 이상미. 핸섬가이 황찬빈. 문지르, 아비가일 잘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대 위에서 ‘에일리언 밴드’가 연주할 때마다 스탭들은 아이돌그룹 팬클럽이 울고 떠나갈 정도로 환호를 보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메라가 멈췄다 싶으면 스탭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배우들에게 달려가 함께 셀카를 찍고 잡담을 나눈다. 평소 같으면 욕 서너 바가지 먹어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날만은 변준석 감독을 비롯해 각 파트의 수장들이 눈감아준다. “이제 슬슬 제대로 하나 싶은데, 마지막이네요”라는 주연배우 이상미의 말처럼 홍대 앞 한 공연장 안에서 진행된 11월18일 촬영은 다름 아닌 <에일리언 밴드>의 ‘쫑’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연주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제각기 다른 국적의 이방인 네명이 모인 만큼 사연도 제각각이고, 무엇보다 실력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엄마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 한국에 유학 온 일본인 노리카 역을 맡은 가수 익스의 보컬 이상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악기 경험이 제로였던 것. 그러나 극중에서는 밴드에 대한 아픈 사연을 간직한 프랑스 혼혈인 덕수(황찬빈)가 제일 베테랑이다. “해서 촬영 한달 전부터 함께 모여 맹연습했다”고 황찬빈이 웃으면서 말한다. 덕분에 드럼의 ‘드’자도 몰랐던 말레이시아 청년 문지르는 제작진에게 가장 일취월장했다는 평을 들었고, 파라과이에서 온 아비 가일 역시 기타를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밴드를 결성해, 함께 연습을 하여 록페스티벌에 나간다는 영화의 내용과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다. “말투를 비롯해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시나리오에 많이 반영”했다는 신인 변준석 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라고 말한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뭉쳐 만든 다국적 밴드를 통해 관객은 청춘의 뜨거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사회다. 하지만 외국인을 차별하는 풍토는 여전”하다는 감독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는 여유를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높은 하늘 위로 날아올라…” 극중 노래의 한 구절처럼 <에일리언 밴드>가 내년 상반기에 극장가 높이 날아오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