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제니(아만다 바인스)는 록스타 제이슨 마스터즈(크리스 카맥)의 열렬한 팬이다. 그녀 곁에는 사랑을 털어놓지 못하는 죽마고우 라이언(조너선 베넷)이 있다. 제니와 라이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리브해 리조트에 제이슨 일행이 찾아온다. 선상 파티 서빙에 나선 제니는 취해 바다에 빠진 제이슨을 구하려다 조난당해 이름 모를 해변에 닿는다. 먹을거리를 찾아나선 제니는 그곳이 리조트가 있는 섬 반대쪽임을 발견하지만 이를 비밀에 부친다. 한편 제이슨의 팬이자 제니의 천적인 알렉시스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제3의 조난객으로 위장해 제니와 제이슨 사이에 끼어든다.

“오빠랑 단둘이 무인도에 표류하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러브렉트>는 팬클럽 회지에 실릴 법한 질문에 착안한 코미디다. 주로 사춘기에 발병하게 마련인 스타를 향한 사랑에서 최대 장애는 그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군중이다. 스타를 향한 팬의 마음은 극히 사적이고 내밀하지만 스타는 언제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 나의 스타에게 쌓인 궁금증을 묻고 아침부터 밤까지 지켜보고 심지어 여자로서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랜달 클라이저 감독은 천방지축이지만 똘똘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아만다 바인스를 내세워 소녀들의 백일몽을 대리 충족시킨다(<러브렉트>는 아만다 바인스가 남장 소녀로 나온 <쉬즈 더 맨>보다 앞서 찍은 영화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이 영화의 제목은 <사랑의 표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관객은 이야기가 항해할 방향을 정확히 짐작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섹시하고 근사하기만 했던 스타는 알고 보니 생활력 제로의 허영덩어리다. 이젠 공연장에서 “오빠!”를 연호하는 옆자리에서 조용히 콜라컵을 들어주던 소년, 언제나 현실의 내 곁에서 노래하던 파랑새를 발견할 차례다.

하나의 설정에 꽂혀 출발한 영화 <러브렉트>는 망설임의 구석이 없다. 못된 조연은 철저히 밉상이고 어리석은 인물은 한순간도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변화하는 인물이 없으므로 딱히 긴장하며 눈여겨볼 심리적 포인트가 없다. 이전 화면을 휙휙 날려버리는 장면 전환 기법도 “다 아시면서” 하는 투다. 단조로운 기승전결의 단락을 반복되는 장면으로 채우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는 전진한다기보다 예정된 대단원이 도래하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인상을 준다. 결국 인물과 상황으로부터 동력이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이야기의 매듭을 풀기 위해 허리케인이 불어온다. 팬픽을 쓰는 데에 능한 소년, 소녀들이라면 같은 모티브에서 출발해 훨씬 흥미로운 변주를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