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마땅히 하는 일 없는 건달 보(셰인 웨스트)에게 가족은 머나먼 나라의 얘기다. 엄마는 수시로 애인이 바뀌어 이젠 어디로 갔는지, 아빠는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 그런 그가 친구인 스킵(에릭 벌포)과 함께 자동차를 훔쳐 달아나던 중 경찰에 쫓기게 되고, 몸을 피하기 위해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러시아 이민자인 맥스(라드 세르베드지야)의 집에 들어간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자신이 맥스와 그의 첫사랑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 거짓말한 보는 이를 그대로 믿고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맥스의 가족과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패밀리가 간다>의 오프닝 시퀀스만 보면 맥스와 보의 만남은 운명적, 필연적이라 할 만하다. 겨우 30달러를 받는, 그러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양로원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하러 가는 맥스에게 삶은 큰 낙이 없는 무기력 그 자체다. 게다가 옆집에 사는 연상의 여선생님을 ‘어떻게 해보려는’ 그의 철없는 아들 니키타와 늘 ‘휴스턴’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딸 로리타(릴리 소비에스키)는 골칫거리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 거짓말한 보의 등장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삶의 새로운 즐거움인 셈이다.
늘 혼자였던, 그래서 가족을 그리워한 보 역시 맥스와 그의 가족과의 동거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니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딸 로리타의 존재와 자신을 친아들처럼 대해주는 맥스의 헌신적인 관심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계속 남아 있고 싶게 만든다. 어쩌면 이 둘에겐 서로가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물론 언젠가 밝혀질 거짓말은 계속 유지한 채로.
하지만 영화는 ‘언제 보의 정체가 밝혀져 화목한 관계와 그 긴장감이 깨질까’라는 질문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소소한 동거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러시아 출신이라는 설정답게 ‘먹으면 근육이 밖으로 나오는’ 러시안 파이라든가 좁은 사우나 안에서 덩치 큰 남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러시아 전통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보드카를 원샷하는 풍경들은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문제는 그렇게 벌여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거짓말이 탄로나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갑자기 핑크빛 무드가 형성되어 로리타와 방바닥을 뒹구는 보나 그런 보를 때려잡아도 시원찮을 판에 ‘내 아들과 내 딸이 결혼한다’며 동네방네 알리는 맥스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것마저도 삶의 기쁨이라 여기는 맥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