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페이퍼> 좀 펄럭여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김양수의 카툰을 잘 알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사건, 사고를 재치있게 그려낸 카툰. 깜짝 놀랄 발상의 전환, 스펙터클(현란한 그림), 독자를 압도하는 창의력… 이런 건 절대 없다. 심지어 몇번인가는, 이런 거 나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나 김양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활의 참견>을 보고 낄낄거리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활의 참견>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사람을 보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 시선이 따뜻한데 상투적이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누구나 비슷한 것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얘기인데도 김양수가 하면 여지없이 웃게 된다. 지난해 8월4일에 업데이트된 ‘아버지와 대추주’만 해도 그렇다. 양조장 출근 때 장화를 신고 출근했던 할아버지가 퇴근 때는 장화에 술을 채워 오셨다든가, 대추주 제작에 도전한 아버지가 대추에 소주를 부은 다음 날 바로 뜯어 마시기 시작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김양수 특유의 엉성 그림체로 보고 있으면 옆을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저기요, 우리 아버지는요…” 하고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1월30일에 업데이트된 ‘쇠고기의 복수’도 그렇다. 빠르고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종종 오해를 사는 작가는 설 연휴에 “같이 드세요”라고 했다가 “갈치 주세요”라고 알아들은 장모에게서 “갈치는 없네!”라는 타박을 들었단다. 지인이 술을 마시고 여자 후배를 택시 태워 보내면서 “혜원아 연락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후배가 “혜원이가 왜 열라 캡이에요?”라고 묻더라는 얘기는 또 어떤가. 아, 나도 이런 얘기 아는데! <씨네21>에 근무했던 박모 기자는 사오정으로 유명했다. 하루는 전화를 끊더니 “로만의 꽁띠가 어디야?”라고 묻는 거다. “와인 바? 로마네 꽁띠?” 하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 “아… 처음에 거만의 꽁띠라기에 이상하다 했지.” 박 기자의 사오정 에피소드 580개, 김 작가에게 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