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 지못미 지수 ★★★★ 김청기 SF가 그리워질 지수 ★★★★ 믿습니까 지수 ★★★★
벌써 10년 전이다. 19권짜리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안성기·신현준·추상미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기대를 모은 <퇴마록>은 호평보다 혹평을 더 많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퇴마영화의 계보는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로 이어진다. 청에서 푸른 쪽빛이 나오긴 어렵지만, 이미 큰 실패를 겪은 퇴마영화의 경우는 혹시 다르지 않을까? <맨데이트…>는 그런 기대 속에서 시작한다. 사람의 몸에 빙의하여 살인과 강간을 행하는 악령 ‘탕’은 화곡리의 주민들을 조종하여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이 반장(심원철)을 필두로 한 경찰들은 귀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우발적인 사건으로 결론을 내리는데 퇴마사 둘이 끼어든다. ‘최강’(재희)은 20년 전 탕과 결투를 벌이다 목숨을 잃은 퇴마사 아버지를 대신하여 탕의 뒤를 추격하고, 신 기자(유다인)는 귀신을 사진 안에 가두는 카메라를 이용해 악귀를 자신의 손으로 퇴치하고자 한다.
한정된 예산과 일정 탓에 15회차 만에 촬영되었다고 하나, 제작환경의 열악함보다는 감독의 연출력과 창의력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감독의 이름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영화의 지형적 위치는 <천사몽>과 <용가리>의 사이의 어디쯤이다. 논리는 빈약하고 감성은 유치하다. 영화에 삽입된 살인·강간 장면은 ‘18금’ 판정을 받았으나 날림으로 완성된 범죄장면들은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민망함에 웃음이 실실 새어나온다. 특정 종교를 옹호하고 비방하는 자세 역시 영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종교적인 독선은 종교단체에서 신도들의 돈으로 제작한 프로파간다 영화처럼 보이는 수준이며 작품성을 떨어뜨리고 불쾌감을 안긴다. 적어도 <퇴마록>은 한국 퇴마영화의 시초를 열었으며, 캐스팅과 비주얼이 눈요깃거리만큼은 됐던 작품이다. 거만한 태도와 건질 것 없는 완성도의 <맨데이트…>는 10년 전의 작품과 비교해도 총체적인 재앙이다.
tip/<전설의 고향>의 ‘오구도령’에피소드에서도 퇴마사로 출연했던 재희는 또다시 퇴마사의 역할을 맡았으나 흔들리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미약한 카리스마만 발산한다. 반면 탐욕스러운 경찰을 실감나게 연기한 심원철이나 ‘구강액션’으로 끊임없이 웃기는 이수호는 주연보다 배로 빛나는 조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