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우정 지수 ★★★ 끈적한 로맨스 지수 ★★ 남성 출연 빈도 지수 ★
손때 탄 냄비에 설탕이 졸여진다. 부글부글 졸이다보면 어느새 갈색 캐러멜이 완성되고, 판판한 대리석 위에 부어진 캐러멜은 서서히 식어간다. 어느 레스토랑의 주방 모습이 아니다. 여성들의 욕망과 내밀한 수다가 모이는 곳, 미용실이 주 무대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캐러멜은 제모할 때 쓰는 도구다. 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것처럼 뜨겁고 끈끈한 캐러멜 반죽을 팔과 다리에 붙였다 떼면 제모가 된다. 따끔한 순간의 고통은 달콤한 캐러멜의 향에 날아가는 것인지,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아픔을 잊은 채 사랑을 향해 걸어간다.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는 레얄(나딘 라바키), 나스린(야스민 알 마스리), 리마(조안나 무카젤), 자말(지젤 아우아드)은 각기 다른 사랑을 하고, 꿈을 꾸며,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레얄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고, 나스린은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리마는 긴 머리가 매력적인 미용실 손님에게 사랑을 느끼며, 중년의 아줌마 자말은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또 미용실 근처에서 옷 수선을 하는 수줍음이 많은 할머니 로즈는 노신사와의 사랑 앞에서 머뭇거린다.
나딘 라바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카라멜>은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레바논영화다. 레바논 개봉 당시 7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레바논에서 촬영되고 상영된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 뜨거운 호응의 선두에는 레바논 여성들이 있었다. 영화가 보수적인 아랍사회에서 여성들이 당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 현재적 고민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레얄은 유부남 애인과 호텔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싶지만 번번이 호텔 직원에게 기혼임을 증명하기 위한 신분증 제출을 요구받는다. 나스린 역시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까봐 불안해한다. 정숙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요구 앞에 그녀들은 결국 고개를 숙인다. 대신 또다시 미용실에 모여 머리를 만지고 손톱을 다듬고 왁싱(제모)을 한다. 그러나 영화가 그리는 미용실은 치유의 공간이라기보다 치장의 공간에 가깝다. 치장이 미용실의 원래 기능이기도 하지만, 명쾌하고 속시원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빠지고 그곳에 자책과 죄책감의 이야기가 들어섰다. 그것이 레바논 여성의 일반적 정서라는 감독의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보고 있으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tip/감독 나딘 라바키는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서 주인공 레얄 역을 맡아 연기까지 선보였다. 다른 배우들 역시 연기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다. 감독은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인물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길거리, 가게, 친구들의 집을 돌아다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