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옆반에 싸움났어!”라고 외칠 뻔했다. 지난 5월11일, 서울 동덕여고 1학년2반 교실.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힘겨루기를 하는 여고생들의 난투에 책상이 밀리고 의자가 엎어진다. 멀뚱히 지켜보는 같은 반 친구들은 차마 싸움을 말릴 생각도 못하는 듯싶다. 11번째 코닥 단편 제작지원 당선작 중 한편인 <봄에 피어나다>의 한 장면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지연 감독이 리허설을 반복시키자 배우들의 손에도 힘이 들어간다. 사이즈를 잡아보던 촬영감독도 만족한 눈치다. “옳지!” 계속되는 난투에 소녀들의 얼굴이 벌게졌다.
<봄에 피어나다>는 ‘그맘때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곤 하는 여고생들의 성장담이다.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 성은은 어느 날 같은 반 연아의 거식증세를 눈여겨본다. 친구들은 연아를 따돌리지만, 뭔지 모르게 마음이 쓰이는 성은은 우연히 연아의 집을 찾는다. 정지연 감독은 “고립된 사람들이 동질감을 공유하는 따뜻한 연대를 그릴 생각은 없다”며 “기존의 성장영화와는 다른 낯선 느낌이 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찍는 터라 속이 쓰리는지 정지연 감독은 하얀색 위장약을 입에 물었다. “이젠 인이 박여서 괜찮다. (웃음)” 총 7회차로 촬영될 <봄에 피어나다>는 남은 2회차 촬영을 마치고, 오는 부산국제영화제 심사를 기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