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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호스트바, 그리고 사랑, <비스티 보이즈> 공개
문석 2008-04-19

일시 4월 18일 오후2시 장소 서울극장 개봉 4월30일

이 영화

스물여섯의 승우(윤계상)는 강남 청담동의 호스트바에서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 호스트다. 한때 부유했던 집안이 쫄딱 망해 먹고 살게 없어진 그는 누나의 남자친구이자 호스트바의 ‘마담’ 또는 ‘무슈’인 재현(하정우)의 소개로 호스트로 활약하게 된다. 순간의 만족을 위해 살아가는 재현과 달리 승우는 호스트로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다. 승우는 손님으로 찾아온 룸살롱 호스티스 지원(윤진서)을 만나 깊숙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의 삶은 튀틀리기 시작한다.

말말말

“한국영화가 힘든 시기에 운좋게 영화를 만들게 됐다. 1년 넘게 함께 고생한 스탭, 배우, 그리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고맙게 생각한다.” 윤종빈 감독 “안녕하세요, 하정우입니다.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지자) 가족분들이 오셔가지고….” 하정우

100자평

인생이 거지 같은 이유는, 그래, 어쩌면 따로 없을 것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고 남 등쳐 먹어서 잘 될 놈 하나 없다는 건 당신을 겨냥한 욕만이 아니라 나를 향해 뱉은 누군가의 욕지기이기도 하다. 그들은 다 똑같은 인생이다. 쨍한 햇빛 대신 음울한 달빛 아래, 엎치락 뒷치락 서로 껴안고 뒹굴며 살아간다. <비스티 보이즈>는 (과거에도 여러 영화가 소재 삼았던) 뒷골목의 이유 없고 출구 없는 찌질하고 분한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리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영화로 보인다.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영화 시작 30분만에 충분히. 나머지 러닝타임은 그 초반부 성취물의 반복이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청담동의 밤은 흥미롭다. 호스트 바 복도에 서서 손님들의 간택을 기다리는 선수들의 풍경, 외제차를 끌고 다니면서도 빚에 허덕이는 모습, 서로를 형, 동생이라 부르면서도 먹이사슬을 이어가는 선수들의 관계 등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성실한 영화다. 특히 “일단 살고 보자”는 가치관으로 무장된 재현을 묘사하는 하정우의 연기는 그를 정말 잘 아는 감독만이 연출할 수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자>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전작만큼 선명한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주인공 승우(윤계상)의 파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순수성을 파괴하는 거친공간의 질감보다는 지독한 사랑이다. <비스티 보이즈>는 드라마 <서울의 달>의 21세기 버전과 치정극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호스트바의 호스트는 거세된 남성들이다. 아니 스스로 거세를 선택한 남성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육체를 전시하거나 성을 바침으로써 생활을 영위한다. 전작 <용서받지 못한자>에서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 남성성을 탐구했던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호스트바의 주 고객이 돈많은 남성들에게서 받은 돈을 쓰기 위해 찾는 룸살롱 호스티스들이라는 점은 남성의 아이러니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비스트 보이즈>는 혼란스럽다. 승우로 대표되는 거세된 남성들은 강남 청담동, 그리고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 막막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표피적이고 말초적인 ‘그들’의 삶만이 내비쳐지면서 이야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서울 강남의 밤공간을 포착하는 섬세한 영상만큼이나 치밀한 세상과 삶에 대한 고찰이 필요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하정우의 소름끼칠 정도의 생생한 연기와 순수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듯한 윤계상의 연기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문석 <씨네21> 기자

<비스티 보이즈>는 특정 사회에 대한 사실감있는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강남 유흥가의 공기는 물론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밑빠진 삶'들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 역시 그러하였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보았음직한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풀어가는데, 서사는 느슨한 듯 보여도 자기완결적이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뛰어난 캐릭터 묘사 덕분이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윤계상 측은 개연성 높은 사건을, 하정우 측은 특징적인 캐릭터 묘사를 각기 나눠맡은 것처럼 보인다. 윤계상 쪽 '사건'은 지극히 통속적인 치정극이자 성매매에 관한 매우 사실적인 진술이다. <연애>(오석근 감독)의 전미선이 성매매 여성에 관한 남성 판타지의 결정체라면, <비스티 보이즈>의 윤진서는 성매매 여성에 관한 남성의 악몽을 구현하는데, 지금까지 성매매 여성에 관한 영화 속 재현 중 가장 사실에 근접한 묘사이다. 하정우의 캐릭터 역시 그 바닥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고찰이 빚은 결정체인데, 이는 영화가 일단 얼마나 성실한 취재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많이 벌지만 쓰기에 언제나 빚지는 인생이고,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아무도 믿지 못하기에 허기진 영혼임을 어찌하리오. 서울의 달, 아니 강남의 달은 오늘밤도 노랗게 그들을 비출 것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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