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10일 오후2시 장소 롯데시네마 애비뉴엘 개봉 4월17일
이 영화
엘리트 의사들이 모인다는 메트로폴리탄 대학병원의 병리학(pathology)실. 테드 그레이(밀로 벤티밀리아)는 결핍없는 인생을 갖춘 젊은 의사다. 그는 핸섬하고 똑똑하며, 자기처럼 부족할 것 없는 여자친구 그웬(알리사 밀라노)과 약혼도 한 상태다. 학문적 성취욕을 품고 뉴욕에 온 그는 동료 의사 제이크(마이클 웨스턴)의 손에 이끌려 일탈의 세계를 알게 된다. 이들의 일탈이란 사람을 살해하고 그 방법을 알아맞히는 내기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며,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기에 그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100자평
CSI 시리즈나 미국 메디컬 드라마 붐을 타고, 부검의사들이 나오는 영화 <패솔로지>가 개봉한다. 시체를 부검하여 사인을 밝히는 일을 하는 패솔로지스트(병리의사)들이 음성서클을 조직하여 창의적 살인게임을 한다는 설정은 언뜻 꽤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를 품게한다. 완전범죄를 향한 CSI 적 두뇌플레이에 살인을 게임처럼 즐기는 그들의 심리는 무엇인지 등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꽤 많을 것 같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일단 그들의 정신세계가 너무 무성의하게 그려져 유치함만 나부끼며, 살인게임이 진행되는 서사도 그저 사례의 나열일 뿐 긴장감을 형성시키지 못한다. <패솔로지>는 엽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볼만한 영화이긴 해도, 뭔가 의미를 찾거나 장르적 쾌감을 느끼려는 이에겐 '눈 버리고 시간 아까운' 영화이다. CSI 시리즈를 끔찍한 화면 때문에 못보는 관객이라면 비추, CSI 시리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더욱 보지 말것'. 황진미/영화평론가 시신을 철저하게 분석 연구를 해서 죽음의 원인을 찾는 병리학을 소재로 한 고어 스릴러. <패솔로지>의 놀라운 점은 영화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 시체를 해부하는것이 하루 일과인 의사들은 영역을 확장해 직접 살인을 벌이고, 팀원들끼리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는지를 알아 맞추는 게임을 벌인다. 그 과정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날카로운 메스가 배를 가르고 뼈를 부서지고 내장은 이탈된다. 피범벅과 사지절단의 미학을 추구하는 본격 고어영화들도 숙연해질 정도로 과하며, 화끈한 섹스도 빠지지 않는다. <패솔로지>는 최고의 엘리트가 되기 위한 경쟁과 죽음에 매혹된 의사들의 심리적 묘사는 미흡하지만, 적어도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흡족함을 줄 것이다. 단 스릴러 팬이 아닌(농담이 아니라 섣불리 덤빌 수위가 아니다), 고어의 미학에 익숙하며 매력을 느끼는 소수에게만 환영받을 영화다. 김종철/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