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는 화끈한 대상을 정한 뒤 그걸 선정적으로 다뤄야 효과가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기질적으로 믿는 사람이다. 단지 믿을 뿐 아니라 실제로 효과도 거둬왔다. 그의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든, 제너럴 모터스사의 회장 로저 스미스든, 대통령 부시든, 그들은 당연히 무어의 영화에서 죽일 놈이 된다. 컬럼바인고등학교의 총격사건을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9·11을 부시의 가계와 사업도로 파헤친 <화씨 9/11>에서 그러했다. 무어의 장편 <식코>는 그 점에서 어떤 차이를 보인다. 무어는 그의 주인공 부시를 중심으로 이미지 게임이나 음모이론을 제기하는 대신, 이번에는 제도가 지닌 허점을 비교법 차원에서 비교적 찬찬히 엮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중지와 약지가 잘린 남자가 한 손가락의 마디만 봉합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시스템이 갖고 있는 난점들을 캐나다, 영국, 프랑스, 심지어 쿠바까지, 다른 국가들의 공공복지와 비교하여 얼마나 형편없고 썩은 것인지 주장한다. 마침내 미국에서 때마다 200달러에 약을 사던 영화 속 인물 중 한명은 쿠바 허름한 약국에서 단돈 5센트로 같은 약을 산 뒤 눈물짓는다. 주변의 어처구니없는 사례들로 시작해서 각국의 비교를 거친 뒤에 거대한 감동의 쇼장으로 데려가는 건 <식코>의 독특한 방식이다. <식코>는 깊거나 넓지 않다. 하지만 왜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굴러가느냐고 묻는 무어의 질문은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로서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이 많다.
마이클 무어가 파헤치는 탐사 보도 <식코>
글 정한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08-04-02
마이클 무어가 파헤치는 탐사 보도 혹은 123분간의 쇼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