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마빈(롭 슈나이더)은 근무중 순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덜떨어진’ 놈 취급을 받는 마빈의 몫은 경찰서의 증거물을 보관하는 잡무뿐이다. 동료들의 놀림감이 되기 싫은지라 경찰 후보생 시험에 도전하지만, 천식을 앓는데다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그가 경찰 배지를 다는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강도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고서 마빈은 홀로 출동하고, 도중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이상한 박사의 수술 덕분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종으로 태어난다. ■ Review 한 남자가 풀밭에서 노닐고 있는 염소에게 접근한다. 다가서선 털을 쓰다듬는데 그 폼새가 영 심상찮다. 그 사이 배경음악으로 이 깔린다. 혹시 동물과의 교감을 원하고, 또 즐기는 애호가? 천만의 말씀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별별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게 된 주인공 마빈은 상대가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수시로 찾아오는 발정기 때문에 불같이 이는 성욕을 감내해야 하는 곤욕을 치러야 한다.<애니멀>은 엉겁결에 반수반인(半獸半人)이 된 마빈이, 갑작스레 불거진 본능과 뒤늦게 작동하는 이성의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소동을 코믹하게 클로즈업한 영화다.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마빈은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으면서 뛰어난 후각으로 마약밀매범을 잡게 되고, 엄청난 순발력으로 익사 직전의 고위층 자제를 구하는 등 ‘빅맨’으로 우뚝 서지만, 그것도 잠깐. 쓰레기통에 처박힌 앙상한 닭발에 침을 흘리고, 좋아하는 여인의 집 주위에 오물을 남기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급기야 몽유병 환자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야밤의 숲 속을 거닐며 육식을 즐기는 야수의 면모를 발휘하면서 그의 자괴감은 커져만 간다.
사실 마빈 역을 맡은 롭 슈나이더의 동물연기는 신기에 가깝다. 하지만 ‘원맨쇼’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다는 약점이 있다. 신인감독인 루크 그린필더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 능청맞은 오랑우탄 헨리, 인종차별 반대론자인 마빈의 흑인 친구를 적절하게 등장시켜 군데군데 양념을 쳐넣는다. 덧붙여, 살인범으로 몰려 민병대의 총구를 피해야 하는 마빈이 위기를 모면하는 마지막 상황의 반전 또한 <슈렉>의 막판 뒤집기만큼이나 보는 이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라 흥미롭다.
<애니멀>의 주인공은 사실 각본을 공동으로 쓰기도 한 롭 슈나이더말고도 또 있다.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애덤 샌들러가 그 장본인. <빅 대디> <워터보이>의 애덤 샌들러는 <듀스 비갈로> 이후 코미디영화의 제작자로 나섰고, <애니멀>에서는 ‘화장실 유머’까지 섭렵, 기대치 않았던 비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미국 현지 평은 <애니멀>에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았지만, <애니멀>은 제작비의 두배가 넘는 5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황당한 설정에 시비 걸지 않는다면, 관람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코미디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