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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연애영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김민경 2007-12-05

남으려면 그냥 싱글로 남는 거지, 뭘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나

역시 그런 방법 따윈 없었다. 알쏭달쏭한 제목의 여운과 달리,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을 안전하게 밟아간다. 루이스(알랭 샤바)는 43살 싱글남이다. 자신이 쿨하게 살고 있다는 루이스의 생각과 달리 엄마와 5명의 여자형제들은 넌덜머리를 낸다. “언제까지 내가 네 빨래며 다림질을 해줘야 하니? 이건 네 아내가 할 일이야!”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가사 도우미를 구해주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어쨌든 기 센 여자들의 득달같은 강요에 지친 루이스는 친구의 여동생인 고가구 아티스트 엠마(샬롯 갱스부르)를 약혼녀 대행으로 고용한 다음 결혼식 당일 파혼을 선언한다는 작전을 세운다. 싱글맘을 꿈꾸는 똑똑하고 차분한 엠마는 충실히 자기 역할을 하며 초과수당을 정확하게 챙겨간다. 그런데 엠마의 매력에 빠진 루이스의 어머니가 둘의 파혼에 혼절하면서, 둘은 작전을 수정해 ‘알고보니 엠마가 개념없는 꽃뱀이었다’는 스토리로 이런저런 소동극을 벌이게 된다. 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동거까지 하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숨겨진 상처를 알게 된다.

<결혼하고도…>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매끈한 연애영화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장르의 공식을 응용하는 솜씨는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요즘 유행하는 ‘프렌치 시크’(French Chic) 코드의 반영인 듯, 화장기없는 편안한 외모에 특이한 전문 직업을 갖추고 브라질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샬롯 갱스부르의 캐릭터로 차별적인 무드를 만들려고 하지만, 영화 자체는 어딘가 세련된 듯한 인상만 남길 뿐 진부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두 주인공이 어머니의 혐오를 사기 위해 SM플레이를 연출하는 장면 등은 이 영화가 유머 감각마저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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