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관없는 두 남자가 삶의 경계에서 마주친다. 부인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던 제빵사 프랭크(로버트 칼라일)는 아침 일찍 빵배달을 나가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스티브(존 굿맨)를 만난다. 부서진 자동차 안에서 죽어가던 스티브는 프랭크에게 생의 마지막 부탁을 남긴다. ‘마릴린 호치키스의 볼룸댄싱 앤 참 스쿨’으로 가서 어린 시절 첫사랑인 리사를 대신 만나달라고. 프랭크는 고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지못해 댄스 학원을 찾아가지만 리사는 그곳에 없다. 황급히 학원을 나서려던 프랭크는 미스 호치키스(메리 스틴버젠)에 의해 반강제로 스텝을 밟기 시작하고, 자기도 모르게 볼룸댄스와 메레디스(마리사 토메이)라는 여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는 성인들을 위한 <더티 댄싱>이 아니다. 영화의 말미쯤에야 노련한 댄서로 거듭나는 몸치들의 개과천선 무용담은 여기에 없다. 춤은 과시용이 아니라 모두의 인생을 바꾸어놓는 마음의 매개체다. 차차차와 메렝게의 리듬 속에서 프랭크는 죽은 아내의 환영을 기억 속으로 던져버리고, 메레디스와 의붓오빠 랜들(도니 월버그)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미스 호치키스는 무거운 어머니의 명성으로부터 자신만의 자유와 스텝을 되찾는다. 영화는 종종 플래시백을 통해 죽어가는 스티브의 기억을 휘리릭 되감아서 보여주는데, 기억의 필터로 정제된 ‘좋았던 옛 미국’의 그림들은 감질나게 순결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달콤한 영화의 인슐린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건 모두 로버트 칼라일, 메리 스틴버젠, 마리사 토메이처럼 노련한 배우들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