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어디에?”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의 강도 4인은 로망을 꿈꾸며 은행을 턴다. 0.1초 단위까지 자신의 몸으로 정확한 시간을 잴 수 있는 유키코(스즈키 교카)는 지루한 자동차 교습소 일상에 대한 도발로 은행을 털고, 연설의 달인 쿄노(사토 고이치)는 은행 사람들을 상대로 사랑과 인생, 자연의 철학을 읊는다. 타고난 소매치기 쿠온(마쓰다 쇼타)은 멕시코로의 여행을 꿈꾸며 은행으로 향하고, 거짓말이라면 단숨에 간파하는 나루세(오오사와 다카오)는 시청에서의 따분한 시간을 갱으로 돌파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4명의 인물이 갱을 조직해 은행을 턴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이들이 은행을 터는 방식은 매우 명랑한데 유키코가 밖에서 시간을 재며, 나루세는 거짓말 탐지 기능으로 금고 열쇠를 찾아내고, 쿠온이 재빨리 금고의 돈을 가방에 담는 사이 쿄노는 어디로 흐를지 모를 이야기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식이다. 4명의 4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영화는 이들의 움직임을 톡톡 튀는 리듬으로 편집한다. 하지만 사건은 이들의 환상적인 조합에 다른 인물이 들어오며 시작된다.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강도가 현금을 빼앗아가고, 이후 유키코와 나루세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수오 마샤유키, 사카모토 준지의 조감독 출신인 마에타 데쓰 감독은 원작의 기본 틀만 살려 재치있게 이야기를 꾸려간다. 은행털이에 복잡한 수법을 응용하거나 인물들에 심각한 사연을 삽입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썰렁한 유머와 단순한 놀이를 퍼즐 조각처럼 맞춰 나가는데 그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 4인이 일본의 반대편인 멕시코에 가서 은행을 터는 마지막 장면은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달린 질주에 안성맞춤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