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정신분석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오붓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가장. 어느날 아들 안드레가 스쿠버다이빙을 갔다가 사고로 죽는다. 이때부터 남은 세 가족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런 슬픔에 빠져든다. 우연히 알게 된 아들의 옛 여자친구가 이들에게 작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Review 아들이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남은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다 서서히 슬픔을 이길 힘을 찾아간다. 이건 슬프지만 범상한 이야기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너무 많은 죽음을 선사해왔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평범함은 작가의 비범함 때문에 훨씬 풍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평범함은 적어도 평범함에의 회귀나 평범함의 성찰로 수용되는 것이다.
<아들의 방>은 난니 모레티라는 감독의 존재감이 후광을 드리우지 않는다면 자칫 낯익은 신파로 비칠 수도 있다. 이 영화만을 따로 떼놓고 걸작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억지일 것이다. <아들의 방>이 주는 감동은, 그것의 창조자가, 인간됨을 모욕하는 제도나 이데올로기와 끈질기게 다퉈온 존경받는 지식인이자,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창의적 형식에 담아온 뛰어난 예술가라는 점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가 어떤 제도나 이념으로도 쫓아버릴 수 없는, 그리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법한 상실과 결핍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들의 방>이 작가 프리미엄에 기댄 범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들의 방>에선 슬픔이 나쁜 생물처럼 움직인다. 해일처럼 밀려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활의 곳곳에 잠복해 있다가 불현듯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정신분석의인 아버지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 아무 연관없는 아이들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꺼이꺼이 통곡한다(그는 멋지게 울 줄 모른다). 딸은 옷을 사러 갔다가 탈의실에서 발작하듯 흐느낀다. 가족들은 서로 달래주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 탓하며 상처를 덧나게 한다. 슬픔은 고귀하거나 순수하지 않고, 이기적이고 불규칙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깊은 슬픔은 그렇게 움직인다. 허문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