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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도 엑스트라로, 알뜰한 당신!

윤성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은하해방전선> 촬영현장

“기자분들, 이쪽으로 와주세요.” 세종사이버대학교 아트홀 혼에 마련된 <은하해방전선> 촬영장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다. “기무라 레이가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이동해주시면 됩니다.” 이유없는 환대는 없다고, 이날 기자들에겐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 기무라 레이(유형근)를 따라잡는 역할이 맡겨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귀엽게 느껴지는 현장 공개 일정. 이날 촬영은 영화감독 영재(임지규)가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캐스팅하지 못한 배우 기무라 레이를 DIFF영화제 파티에서 보고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 괴로움에는 잘 진행되지 않는 영화와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

단편영화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졸업영화> 등을 만들었던 윤성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은 영화를 준비하던 감독 영재가 영화와 사랑에 대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린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영재의 여자친구가 은하(서영주)이며, <은하해방전선>은 영화 속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기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을 해오던 남자가 남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게 이야기의 큰 줄기지만 그 사이는 황당하고 기이한 상상들로 채워져 있다. 이날 파티장에는 영화 속 배우인 혁권(박혁권)의 복화술로 미경(김보경)이 뉴질랜드 연가를 립싱크하고 있고, 확성기를 통해야만 말을 할 수 있는 영재는 무대에 올라가 노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충무로 감독들도 메가폰을 잡아야 사람들이 알아봐준다. 그제야 예쁜 여자랑 이야기할 수 있고”라고 설명하는 윤성호 감독은 영화 속에 숨겨진 ‘영화 만들기’와 사회에 대한 암시를 살짝 내비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윤성호 감독의 연애담이 영재 캐릭터에 섞여 들어갔고, 단편영화 작업 때의 일화가 영화의 에피소드로 묻어난다.

1억원의 제작비로 청년필름에서 제작하는 <은하해방전선>은 제작진 가운데 누구도 돈에 연연하지 않고 열정을 발휘한 영화다. 총 16회 촬영에 주연배우들은 “상업영화 보조 개런티로 출연해줬”고, 스탭들은 “휘발류값 정도만 받고” 일하고 있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과 록밴드 레이지본은 무료로 연주를 했다. 윤성호 감독의 친구들이자 독립영화 감독들도 여기저기 엑스트라로 분하고 있다. 현재 ?%의 촬영을 마친 영화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한다.

주연배우 임지규

“고민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O.K”

“제 나이가 30살인데….” 헉, 촬영장 한켠에서 자신의 출연장면을 기다리고 있던 영재 역의 임지규씨는 전혀 서른으로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몸집에 검정 뿔테 안경을 쓴 얼굴이 많아봐야 20대 후반? 어려보인다고 말을 하자 이미 한 고비 넘어온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키가 작아도 모델을 할 수 있다는 말에 2000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모델을 해보니 연기가 하고 싶더라. MTM 같은 곳에서 6개월 과정을 들었는데 배울 게 없었다.” “배울 게 없었다”는 말에서 건방짐이 느껴졌을까 그는 바로 말을 덧붙인다. “6개월 지나야 엑스트라에 보내는데 영리적으로 굴러가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그는 그곳을 그만뒀다. 2001년에는 코엑스연예박람회 싸이더스 연기모델 부문에서 1등을 했고 “잘난 줄 알고 조금은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이후엔 여러 기획사를 전전했다. 그러다 단편영화 <핑거 프린트>에 출연했고, 그 영화로 아시아나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탔다. “안성기씨가 시상해주셨다. 연기 잘봤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기분이 좋더라.” 그는 그 뒤 연기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2006년에는 장편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찍었고 그 영화로 <은하해방전선>에 캐스팅이 됐다. “윤성호 감독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보고 연락을 줬다. 원래는 윤 감독이 그전에 준비하던 장편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었는데 그 영화가 엎어지면서 <은하해방전선>에 캐스팅됐다.” 두편의 장편과 그보단 더 많은 단편들. 아직은 독립영화에만 출연하고 있지만 그는 상업영화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고민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해보고 싶다.” 더불어 그의 목표는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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