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자신들의 신비한 능력을 발견하고 악당 닥터 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던 판타스틱 4인조는 이제 외계에서 날아온 은색 몸뚱이의 괴생명체와 맞서야 한다. 다른 행성들을 파괴했던 ‘실버 서퍼’가 지구로 진입하자 세계는 이상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다. 도쿄 앞 바다는 얼음판으로 변하고 이집트에는 눈바람이 몰아치며 대도시에서는 정전사태가 일어난다. 판타스틱4에게 이 정체불명의 존재의 출현이 달갑지 않은 것은 대규모 전투를 펼쳐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미스터 판타스틱’ 리드 리처즈(이안 그루퍼드)와 ‘인비저블’ 수 스톰(제시카 알바)의 결혼식이 코앞에 다가온 탓에 이들은 모두 노심초사하며 이 은색 생명체의 행보를 지켜본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식 당일 실버 서퍼는 공격을 해오고, 판타스틱4도 출동하게 된다.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실버 서퍼를 물리치기 위해 부활한 닥터 둠(줄리언 맥마흔)과 불길한 연합전선을 형성한 4인조는, 실버 서퍼의 파괴력을 차지하려는 닥터 둠의 계략에 빠져들게 된다.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기획된 영화다. 잔인한 액션이나 ‘F’로 시작되는 욕설이 없을 뿐 아니라 제시카 알바의 환상적인 몸매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복잡한 갈등구조와 치밀한 플롯 대신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선택한 이 영화의 장점은 경쾌하다는 점이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 대신 절반은 즐기면서 악당과 맞싸우는 영웅의 모습에는 확실히 신선한 구석이 있다. 대중 속에서 살아가면서 린제이 로한이나 패리스 힐튼 급 스타가 돼버린 이들의 일상생활 또한 엄숙주의와 고뇌로 가득한 여느 슈퍼히어로들의 그것과 달라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경쾌한 즐거움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
글 문석
2007-08-08
‘지구가 파괴될 것인가’보다 ‘판타스틱 웨딩이 치러질까’에 더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