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6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하원의원으로써 국회의 첫등원을 앞둔 에반(스티브 카렐)의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 새 집으로 이사한 기쁨에 들뜬 아내와 세 아들 역시 더없이 화목하다. 언제나 시계가 6시14분에 울려대고,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목재와 공구를 선물로 보내고, 짝을 이룬 동물들이 그를 따라다니는 등 신의 계시(?)가 곳곳에서 출몰하기 전까지는. 에반의 앞에 나타난 신(모건 프리먼)은 방주를 만들어 다가올 홍수에 대비하라고 지시하더니, 그의 수염과 머리를 걷잡을 수 없이 길게 만들고, 구약성서에 어울리는 옷을 선물하는 등 방주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족은 떠나가고, 모두가 그를 정신병자 취급하기 시작한다. 과연 에반은 긴 시련과 홍수를 이겨내고, 마른 땅의 증거인 감람나무 잎사귀를 손에 쥘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진짜 홍수가 일어나긴 하는 걸까.
100자평 휴가를 즐기려는 신으로부터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받은 남자의 천방지축 좌충우돌을 짐 캐리의 원맨쇼로 표현하여 성공을 거뒀던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 혹은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에반 올마이티>의 주인공은 전편에서 짐 캐리의 경쟁자였던 앵커 에반. 모건 프리먼이 신으로 등장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편을 보지 않아도 전혀 무리없는 속편이지만, 에반의 앵커출신 정치인이라는 설정이나 뜬금없이 보여지는 영화간판 ‘The 40 Year Old Virgin Mary’(스티브 카렐의 흥행작이었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The 40 Year Old Virgin)의 패러디) 등 아는 사람은 알만한 몇가지 연결지점이 존재한다. 코미디보다 가족영화에 방점을 찍고, 177종의 동물과 대홍수, 거대한 방주를 재현다보니 코미디장르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이는 등 전편과의 차이가 더욱 눈에 띈다. 전편에서 코미디를 유발하는 부분이 어느날 신의 능력을 가지게 된 보통 사람의 각종 치졸한 시도였다면, 이 영화의 코미디는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의 말을 이행하는 보통 사람의 고난을 통해 드러난다. 내용상으로나 제작비 상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부분의 비주얼과 내러티브가 다소 김이 빠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영화에서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기위한 전략을 괜찮은 성공을 거둔다. 오정연/씨네21 기자
<에반올마이티>는 창세기 6장 14절 부터 8장 22절에 이르는 이야기를 가족영화의 틀안에서 인용하고 재해석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성령의 계시를 받은 에반의 방주만들기 프로젝트는 노아의 고군분투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세상의 타락에 진노한 신의 형벌처럼 묘사된 노아의 이야기를 영화는 신의 사랑이자 권선징악으로 풀어놓는다. "신에게 인내심을 달라고 하면 신은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할 수 있는 기회를 줄까요?" 다소 직설적이고 꼼꼼하지는 않지만 환경문제에 대해 경고를 날리는 것도 나름 성실하다. 하지만 가족영화로서의 감동과 재미에 충실한 탓인지 유머는 덜한 편이다. 여름성경학교 학생들이 단체관람 하기에는 딱 맞는 영화가 아닐까. 혹시 다음 시리즈가 제작된다면 모세의 기적을 인용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강병진/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