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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전설의 고향> <검은 집>
이다혜 2007-05-29

더워서 오싹한 영화가 땡기는건지, 그냥 여름엔 공포영화가 제격이라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관습적으로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공포영화들은 유독 여름을 골라 찾아오는 일이 잦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링> 시리즈가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한국으로 수출된 이래 한국 귀신들도 사다코 붐이 일었던 지난 몇년, 올 공포영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날씨가 더워지기 무섭게 속속 개봉일을 고지하는 한국 공포영화들을 미리 엿본다.

언니일까, 나일까, 귀신일까, 인간일까 <전설의 고향>

한마디로 죽은 동생이 찾아왔다. 복수를 위해서.

어떤 영화? 때는 조선시대. 한날한시에 태어나 똑같은 얼굴로 살아온 쌍둥이 자매 소연과 효진. 생김새가 똑같은 이들의 연정은 똑같이 현식을 향한다. 아름다운 이 쌍둥이 자매는 어느 날 호수에 빠지는데, 언니 혼자 살아나온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처녀의 흐느낌이 울려퍼지는 밤, 한 선비가 죽임을 당한다. 한때 평화로웠던 마을에는 도저히 사람의 짓이라 상상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운다. 흰 소복, 바닥까지 끌리는 젖은 머리카락, 창백한 눈빛… 그녀는 누구인가.

주인공은 누구? 박신혜가 1인2역으로 출연하고, 쌍둥이 자매의 사랑을 받는 현식 역에는 재희가 출연한다.

이래서 무섭다 한국적 공포의 원형이라면 역시 TV에서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전설의 고향>은 그 TV시리즈가 단골로 불러냈던 소복을 입은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 처녀귀신 등 익숙한 소재를 끌어들여 공포를 극대화한다. 특히나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은 생김새의 쌍둥이 자매 중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남았다는 설정을 이용한 시각적 공포가 압권. 죽은 동생과 산 언니,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그 집엔 사이코패스가 산다 <검은 집>

한마디로 7살 난 소년의 자살. 소년의 아버지가 수상하다!

어떤 영화? 전직 은행원이었던 준오는 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자살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한 여자의 전화가 걸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낯선 보험가입자에게서 전화를 받고 찾아간다. 집주인 충배의 말대로 방문을 여니, 충배의 7살 난 아들이 목매달린 채 죽어 있다. 그런데 아이 아버지 충배가 이상해 보인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고 아이는 자살한 것으로 입증되는데 준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하고, 보험금 지급보류 결정을 내린다. 이후 충배가 준오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주인공은 누구? 보험사정인 전준오 역에는 황정민이 캐스팅되었다. 목매 죽은 아들 시체 옆에서 보험사정인의 눈치를 흘끗거리는 수상한 아버지 박충배 역은 강신일이 맡았다. 황정민은 슈퍼맨으로 변신하기 전의 클라크 켄트 같은 느낌을, 강신일은 왜소한 인물이 큰 사람을 올려다봤을 때의 힘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게 표현되었다고.

이래서 무섭다 <검은 집>은 1997년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인간이 죽은 뒤 남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보험제도가 악용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또 현대사회에서 공포가 무엇인지를 사실감있게 그려낸 소설 <검은 집>은 각색 과정에서 한국의 상황에 맞게,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다소 이야기가 수정되었다. 겨우 7살 난 아이가 목을 매 죽어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해봄 직하다. 뱀의 허물 같은 느낌의 벽지가 발라진 충배의 집 내부는 그 자체로 공포를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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