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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
2001-10-16

시사실/ 잎새

■ Story

관찰관(방은진) 감시하의 전기수리공 민규(박정철)는 전봇대에 붙은 사람찾는 전단을 떼어 인터넷에 올리는 습관이 있다. 다혜(최유정)는 그가 일하는 구역에 살고 있는 매춘여성. 퇴행성 시력으로 서서히 앞이 어두워지는 그녀는 어릴 적 집을 나간 남동생을 찾기 위해 전단을 전봇대에 붙인다. 자꾸만 전단을 뜯어가는 사람을 잡으리라 벼르던 다혜는, 그를 잡고 얼마 뒤 그와 연인이 된다.■ Review

쌀쌀한 날씨에 어울릴 만한 따뜻하고도 애달픈 사랑을 그리려 했던 걸까. <우담바라> <절대사랑> <똑바로 살아라> 등의 조감독을 거쳐 연출 데뷔를 하는 김정식 감독의 <잎새>는 언뜻 상투적인 멜로로 보인다. 힘든 삶을 사는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처음으로 자신을 포근히 보듬어주는 사람을 위해 결국은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이야기. “양지보다는 음지쪽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 그대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정서적 울림이 거의 없으며 대신 어설픈 장면장면들의 집합체라는 인상을 풍기는 데 그친다.

주요무대는 창신동 오래된 주택가. “전깃줄들만 없으면 하늘이 더 잘 보일” 동네에서, 여주인공 다혜는 동네의 풍경과 동떨어진 유독 호화로워 보이는 옥탑 집에 살고 있다. 그녀의 일과는 종종 매춘을 하여 돈을 버는 것을 빼면 대부분 화초에 물을 뿌리거나 옛날에 헤어진 남동생에게 목소리편지를 녹음하는 것, 그리고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것 등으로 채워져 있다. 보통의 일상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어설픈 생활묘사서부터 <잎새>는 불안한 곡예를 시작한다. 다혜 역을 맡은 최유정의 생뚱맞은 연기도 문제. 트렌디드라마의 세트처럼 고급스럽게 치장돼 있는 다혜의 집이 그렇듯, <비천무> <공포택시> 이후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최유정은 도무지 어둡고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라는 영화 전체의 톤과 맞지 않는 부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탤런트 출신인 민규 역의 박정철과 관찰관 역의 방은진의 연기가 그런 대로 그 간극을 겨우 메워가는 정도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그럼 거리가 비누청소가 될 텐데.”(전봇대 꼭대기에서 민규가 파편을 휘날리며 비누로 서울타워를 조각하자 함께 전봇대 위에 앉아 있던 다혜가 하는 말) “거 봐, 남의 전단이나 뜯고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감전사고로 정신이 멍해진 민규가 “나 전기 먹었어”라고 하자 대뜸 다혜가 하는 대꾸) 실소를 금치 못하는 대사투성이인 <잎새>는 결국 미숙한 각본이 미숙한 연출과 미숙한 연기로 옮겨진 영화인 셈이다.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 만든 의도를 알아달라”는 제작자의 변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극장상영시 해당장면에서 비누향기, 향수향기 등이 극장 내에 분사된다고 한다.

최수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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