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뮌헨올림픽의 비극에 대해 보복을 결정한 이스라엘은 암살 작전을 수행할 다섯 요원을 뽑는다. 다섯 유대인은 선조 디아스포라들처럼 타향을 전전하지만, 그건 생존이 아닌 살인을 위해서다. 죽음의 여정에서 거치는 곳은 어디도 안전하지 않으며 불안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뮌헨에서 시작한 영화는 저 멀리 뉴욕의 무역센터빌딩을 보여주며 끝난다. 두 장소는 좁게는 기원전부터 수천년 동안 땅을 잃고 살아온 민족과 20세기에 갑자기 난민이 된 민족의 분노가, 넓게는 땅을 지키려는 인간간의 투쟁과 미묘한 정치상황과 비이성적인 적대감이 부딪히고 들끓는 장을 대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번에도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스필버그는 발을 디딘 곳에 만족하며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의문을 품는다. <뮌헨>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복수나 죽음이 아니다. <뮌헨>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건 ‘발아래 땅’과 ‘삶을 같이 나눌 가족’이다. 스필버그는 나의 가족이 소중한 만큼 당신의 가족도 소중함을, 가족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살아가야 할 땅임을 말한다. 안락한 부엌이 꾸며진 쇼윈도를 꿈꾸듯 바라보던 주인공이 고향 이스라엘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가족과 집을 가꾸게 되듯이 말이다. 결국 <뮌헨>은 안식할 집을 찾는 인간의 이야기다. 이것은 디아스포라의 고통과 모순을 모르는 자의 순진한 목소리가 아니다. 그 자신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자가 쏟아낸 용기있는 깨우침이다. <뮌헨> DVD에서 보듯, 1970년대 스릴러와 정치영화의 느낌을 한껏 살린 필름의 특이한 질감이 홈비디오에서 완벽하게 재현되기 힘든 한계는 아직까지 어쩔 수 없다. 첫 번째 디스크엔 본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스필버그의 영화 소개가 5분 정도 진행되며, 두 번째 디스크엔 6부- 임무와 팀 소개(13분), 뮌헨 사건의 전모(9분), 시대의 초상 재현(13분), 세트에서의 경험(15분), 국제적인 캐스팅(13분), 편집·음향·음악(13분)- 로 나뉜 메이킹 필름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