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속편의 패망 공식과 예외 사례들 [1]
권민성 2006-11-16

세상엔 수많은 징크스가 있다. 손톱을 자르지 않아야 시험을 잘 본다든가, 녹음실에서 귀신을 봐야 음반이 대박난다거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것보다 더 정확한 징크스가 또 있을까? 속편이라 함은 전편에 이어진 이야기를 뜻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다음 이 시간에’ 작전을 써서 영화가 새로 나올 때마다 기억력 테스트를 하게 만드는 게 속편이 할 일이다. 그런데 전편과 인과구조나 내용이 전혀 달라 과연 속편이 맞는지 의심되는 영화들이 있었고 더 말할 것도 없이 흥행과 비평에서 참패했다. <그루지2>의 개봉과 <마파도2> <동갑내기 과외하기2> <흡혈형사 나도열2>의 제작 소식만 듣고도 실패의 어두운 그림자를 느낀 관객도 있을 것이다. <데스티네이션>에서 어떻게 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처럼 속편은 언제나 망하게 돼 있을까? 예외 없는 법칙 없는 법!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속편의 흥망 공식을 새롭게 조명해본다.

1. 재탕, 삼탕 반복하는 속편… 영화가 사골이냐?

<달마야, 서울 가자>

관객은 안다. ‘2’라는 숫자의 식상함을. <미트 페어런츠2> <조폭 마누라2: 돌아온 전설> 등 전편이 조금만 떴다 하면 줄줄이 비엔나처럼 줄줄 따라붙는 속편들의 히스토리를 몸소 체험한 산증인들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공의 적2>처럼 형사에서 검사로, 패륜아에서 사회악으로 스타일을 조금이라도 비틀면 애교라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애교도 없이 제목만 슬쩍 바꾸고 등장하는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달마야, 서울 가자>나 <착신아리 파이널> <조폭 마누라2…> 등이 그 주인공. 그렇다면 영화들의 실제 흥행 여부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인 <달마야, 서울 가자>와 <조폭 마누라2>는 각각 120만, 200만명을 동원해 전편의 반도 안 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실패요인은 뻔하다. 전작의 인기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무임승차하면 버스운전사 아저씨에게 혼나고, 지하철에 무임승차하면 요금의 30배만 물지만, 전작에 무임승차한 투자자들은 ‘피’를 보게 된다.

예외 자고로 예외 없는 공식 없는 법. 무임승차하고도 피 안 본 영화들은 꽤 있다. 희한하게 긴 제목을 가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가 바로 그런 예. 정준호, 김정은 주연으로 2002년 520만 관객을 불러모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을 내세운 2편으로 57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등장한 3편(<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은 그보다 조금 못 미치지만 <라디오 스타> <타짜> 등 쟁쟁한 영화들의 개봉 틈바구니에서도 3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추석 코미디 불패 신화’가 ‘전편만한 속편 없다’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백호파 가문은 영광, 위기, 부활, 다음엔 자살할 것이란 비아냥거림을 뒤로한 채 ‘가문의 족보’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한편, 2001년 350만 관객을 동원한 <두사부일체>는 마지막에 두목(김상중)이 두식(정준호)에게 “두식아, 너 대학 갔다 와라”라고 말한 대목을 이어 <투사부일체>로 재탄생했다. 교생이 된 두식과 반장이 된 두목의 대결을 다룬 2편은 자그마치 61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흥행요인은 정 트리오(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등 전작을 잇는 막강한 스타파워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마지막으로 12월 개봉을 앞둔 <조폭 마누라3>가 조폭영화의 끝물 뽑기에 앞장설 예정이다. <조폭 마누라2…>의 실패에도 이번엔 홍콩 스타 서기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 한중 합작 조폭영화로 거듭날 전망이다. 떠오르는 한류영화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합작 실패작이 될지 뚜껑은 열어봐야 할 듯하다.

2. 감독님, 어디 가셨어요?

<배트맨 비긴즈>

속편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갖춰야 한다. 바로 감독이 같거나 배우가 같아야 한다는 것. 로버트 저메키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없었더라면, <백 투 더 퓨쳐>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전세계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속편이 연달아 만들어졌을까? 하지만 감독님을 끝까지 모시지 못해 실패한 영화들이 부지기수다. <죠스> <터미네이터> <쥬라기 공원> <나홀로 집에>의 3편들이 바로 그러한 예다. 당연한 얘기지만, 흥행력과 연출력을 겸비한 스타 감독들만의 스타일이 살아나지 못한 게 실패의 주요 요인이다. <배트맨> 시리즈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실패의 길을 걸었다. 일단 나타났다, 돌아왔다, 영원했다, 다시 시작된 <배트맨> 시리즈는 배우와 감독의 기복이 심한 영화다. 1, 2편에 마이클 키튼이 주연을 맡은 이후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는 물론, 감독도 팀 버튼, 조엘 슈마허, 크리스토퍼 놀란으로 계속 바뀌었다. 팀 버튼이 처음 포문을 연 <배트맨> 시리즈는 감독의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색깔이 빛을 발하며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조엘 슈마허는 4번째 배트맨 <배트맨과 로빈>에서 팀 버튼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조지 클루니, 우마 서먼, 크리스 오도넬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이자 배트카는 산으로 기어 올라갔다. 영웅답지 않게 우울했던 배트맨은 성격을 개조한 듯하고 액션과 영상은 더욱 화려해졌지만, 오히려 세계적인 혹평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그 우울한 정서를 다시 꺼내며 인간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오리지널 배트맨의 카리스마에는 다소 못 미쳤다.

예외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예외다. 시리즈마다 성공을 예약하는 이 작품의 흥행요소는 사실 감독이 아니라 원작의 힘이다. ‘천대받던 소년이 영웅이 된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판타지를 그리는 원작은 영웅 이야기의 식상함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떨쳐낸 현대의 명작이다. 영화 때문에 원작 소설이 뜨는 경우는 많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원작 소설 때문에 영화가 뜨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이와는 경우가 다르지만 한국영화에도 분명 예외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여고괴담> 시리즈. 1998년 처음 등장한 <여고괴담>은 1편부터 4편까지 감독이 매번 바뀌면서 ‘한국 공포영화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강희, 박진희, 김민선, 공효진, 박예진, 박한별, 송지효, 김옥빈, 차예련, 서지혜 등 여자 신인 배우 제조기이기도 한 이 시리즈의 5탄 역시 신인 감독과 배우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의 한 여고에서 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포를 다룬 <여고괴담5>는 올해 말 크랭크인 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