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전신마비에 걸려 누워 있는 노인 앙트완(미셸 세로)의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어느날 말썽꾸러기 꼬마 마르땅(조나단 드뮈르게)이 불쑥 끼어든다. 소아암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마르땅은 병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환자들의 물품을 몰래 뒤적이곤 한다. 앙트완은 마르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호감을 가진게 된다.
■ Review
사실 <쁘띠 마르땅>의 내용은 영화의 원제에 모두 암시되어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침묵의 세계… 가 아니라 마티(마르땅의 애칭)의 세계’ 정도가 될 것이다. 영화 초반, 롤러 보드를 타고-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인 또다른 ‘마티’처럼- 병원 복도를 달리던 꼬마 마르땅은 해양 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스트였던 자크 이브 쿠스토의 <침묵의 세계>(Le Monde du Silence) 포스터를 발견한다. 그는 ‘du Silence’란 글자를 검정색 래커로 죽 그어버리고는 옆에다 ‘de Marty’라고 써넣는다. 이로써 영화는 전신마비 노인과 소년, 죽음을 품은 삶과 삶을 품은 죽음 사이의 긴장을 전제로 하고 흘러간다.
영화 전반부의 재미는 주로 보이스 오버로 제시되는 앙트완의 독백을 통해 주어진다.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앙트완은 자신의 아내, 407호의 괴팍한 할멈, 신참 간호사, 그리고 마르땅 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펼쳐내곤 한다. 마티외 카소비츠의 <암살자(들)>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바 있는 미셸 세로의 뾰로통한 표정과 더불어 이러한 독백을 듣고 있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그러니까 이건 아기를 노인으로 대치한 <마이키 이야기>인 셈이다. 영화가 진행되고 두 인물이 서로의 삶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약간 심각해진다. 앙트완의 아내 수잔(아니크 알란)의 죽음과 마르땅이 앓고 있는 소아암의 진행은 인물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그들은 병원을 탈출하여 마침내 바다로 간다.
마르땅은 앙트완의 깜박이는 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읽어냄으로써 이 죽어가는 노인을 ‘침묵의 세계’로부터 건져내어 다시 한번 세상과 소통하게 만든다. 노인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선물을 건네주면서 ‘마티의 세계’가 좀더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한없는 침묵을 안은 바다는 마침내 그들을 모두 삼켜버릴 것이다. 그들은 미래로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엔 그들이 몰고 온 드로리안- 휠체어- 이 너무 초라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