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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배우들의 촬영 뒷이야기 10 [2]

6. <베어>의 곰

“곰 귀에 경 읽기, 끊임없이 시도하면 통한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은 곰의 연기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길들이고 훈련하는 대신, 카메라가 아예 곰의 시각에 맞추는 쪽을 택했다. 그 덕분에 100% 곰에 의한, 곰을 위한, 곰의 영화를 찍을 수 있었지만, 제작기간 8년 내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했다. 곰과 친해지기 위한 감독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곰과 인사하며 입을 맞췄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위험천만한 사건도 있었다. 카메라 장비를 들여다보던 감독을 보고, 공격의 몸짓으로 오해한 곰이 그를 공격한 것. 장 자크 아노는 재빨리 죽은 척해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다. 주연배우는 숫곰 바트와 아기곰 두스. 그 중 바트는 조련사가 전달하기도 전에 감독의 주문을 척척 알아들었다고 한다. <베어> 외에도 <가을의 전설> <디 엣지> 등 20여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한 중견배우.

TIP | 곰은 공격받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뭔가를 던지거나 뛰어서 도망치면 모욕이나 공격 행위로 인식해 공격한다고 한다.

7. <프리 윌리>의 범고래

“범고래 조심! 겉모습은 이래도, 바다의 무법자랍니다”

<프리 윌리>에 출연한 범고래, 게이코는 주인공 윌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2살 때 포획된 뒤 해양동물쇼를 전전했고(아쿠아리움에 갇혀 살던 윌리처럼!), <프리 윌리>로 스타가 된 뒤 ‘야생으로 보내기’ 캠페인과 함께 노르웨이 해안에 방사됐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의 행복한 결말을 반영하듯 말이다. 게이코는 워낙 해양동물쇼에 능한 범고래여서, 연기지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제작진이 촬영 중 가장 신경쓴 것은, 게이코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었다. 다들 포획된 야생동물들의 고충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 그 결과 유려한 해양동물쇼를 비롯해 소년 제시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 쇼를 거부하는 장면 등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영화 촬영 당시 13살이었던 게이코. 이후 노르웨이 해안에서 관광객 주위를 맴돌다가, 2003년 12월12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평화로운 안식을 염원하기라도 하는 듯, 게이코의 장례식은 한밤중에 7명만이 참석한 채 조용히 치러졌다.

TIP | 등은 검은색, 배는 흰색이어서 ‘흰줄박이돌고래’로 불리기도 하는 범고래. 재간둥이 같은 귀여운 모습에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매우 난폭해서 별명이 ‘바다의 무법자’, ‘바다의 강도’일 정도. 오죽하면 영어 이름이 ‘Killer Whale’일까.

8. <마우스 헌트>의 생쥐

“피나는 반복학습은 개나 소도, 생쥐도 발전시킵니다”

<마우스 헌트>는 집을 사수하려는 두 형제와 영리한 생쥐 한 마리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톰과 제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대다수 장면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인데, 이는 야생동물 조련사 분 나르와 60여 마리 생쥐 배우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특수효과가 가미되면서 좀더 리얼해지긴 했으나, 영화의 95% 이상이 실제 생쥐들이 연기한 것. 생쥐들은 벽 올라타기, 라디오 켜기, 테이블 가로지르기, 쥐구멍에 올리브 밀어넣기, 굴뚝 오르기, 표정연기에 이르기까지, 피나는 반복학습을 거쳐야 했다. 조련사들 역시 촬영 때마다 생쥐들이 지치지 않도록 먹이를 주면서 세심하게 상황을 만들어줬다. 예를 들어 생쥐가 시리얼 박스에서 접시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푹신푹신한 모형 시리얼을 미리 깔아놓아 충격을 완화했다. 이동장면 촬영에서는 한 조련사는 쫓고, 맞은편에서는 다른 조련사가 먹이를 갖고 기다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TIP | 생쥐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지구 어디서도 발견되는 동물이다. 소화력도 왕성해 종이나 가죽, 플라스틱까지 먹어치울 정도. 어둠 속에서는 눈 대신 수염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

9. <재키는 MVP>의 침팬지

“역시 인간의 조상은 침팬지였던 것이었던 것이었쑵니다”

침팬지가 체스를 두고 수화로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고? 믿기 힘들겠지만, <재키는 MVP>를 보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재키는 MVP>는 침팬지가 하키 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 가족영화. 버니, 루이, 맥이라는 영특한 침팬지 세 마리가 재키를 연기했는데,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조련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이를 닦는다거나 커피를 타고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으며, 아이스하키를 하는 장면은 이들이 얼마나 영리한 배우인지 확실히 증명해준다. 특히 버니는 영화 출연 이후 슈퍼스타가 된 케이스. 버니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동물원 출신의 7살짜리 침팬지로, 미국 내셔널 하키리그에 직접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다. 심지어 버니 덕분에 ‘침팬지 연구 활성화’ 바람까지 불었다고 하니, 단연 동물영화협회(라는 게 있다면!) 공로상 감이다.

TIP | 인간과 침팬지의 DNA 서열은 96% 일치한다. 그러니까 침팬지는 고릴라보다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인 셈이다. 그래서 침팬지는 언어습득능력이 뛰어나, 영화 속 재키처럼 인간과 그림문자나 수화로 대화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10. <폴리>의 앵무새

“새 구실은 못해도 인간 구실은 쫌 한다”

말 더듬는 소녀와 날지 못하는 새의 교감을 그린 <폴리>.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앵무새 ‘폴리’는 입만 살았을 뿐, 그야말로 새 구실을 못하는 새로 나온다. 그러나 모든 앵무새들이 흉내만 잘 낼 거라는 편견은 버려라. 실제 촬영현장에서 앵무새 배우들이 보여준 능력은 눈부셨으니까. 어린 폴리 역에는 총 14마리의 새끼 앵무새들이 동원됐는데, 그들은 50가지 이상의 말과 손동작은 물론이요, 소리에 반응하기, 목표 지점까지 날기, 소품 나르기, 악수하거나 춤추기, 심지어 ATM에 카드를 넣고 돈을 인출하는 방법까지 배웠다. 그리고 장면에 따라, 필요한 특기를 갖춘 앵무새 배우들로 교체되곤 했다. 또 하나. 폴리가 도둑질하기 위해 어느 집 굴뚝을 내려오는 장면은, 굴뚝 안팎에 두 조련사가 배치돼 앵무새의 주의를 이끌어낸 결과다. 동물 배우와 조련사의 파트너십이 필요할 때 빛을 발한 것이다.

TIP | 앵무새는 음성기관 구조가 인간과 상당히 비슷해, 혀를 움직여 자음과 모음을 발음할 줄 안다. 또 다 자란 앵무새는 3~5살 된 인간의 지적, 정서적 발달 상태를 보인다고. 그러니 ‘새대가리’라는 말, 앞으로는 가려서 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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